| |
 |
|
| |
| |
▲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 |
|
| |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던 그는 “철학의 추상성을 문학의 구체성으로 넘어서 보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최 논설위원은 입사 10년 만인 1999년 문학기자가 됐다.
축적된 20여년의 경험은 최근 ‘문학을 탐하다’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부산·경남의 소설가 7명, 시인 11명을 소개한 산문집이다. 그는 이번 책을 “문인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익혔던 많은 것에 대한 일종의 빚갚음”이라고 했다.
“삶은 만만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삶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추구를 그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최 논설위원은 문학기자가 된 후 처음 읽었던 이복구의 소설집 ‘불구경’을 잊지 못한다. 그는 “이 책을 읽고 나는 무릎을 쳤다”고 한다. 작품의 깊이에서 불타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뿐만 아니라 조갑상의 ‘길에서 형님을 잃다’, 정태규의 ‘집이 있는 풍경’ 등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소설집이다. 문학을 위해 온몸을 바치다 56세로 생을 마감한 시인 정영태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 문단은 차치하고 지역 사람들조차 이 주옥같은 작품을 잘 알지 못한다. 지역 문단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부산일보를 포함해 두세 매체에 불과하다보니 지역문학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성능이 좋은 마이크와 성능이 형편없는 마이크가 있는데, 지역문학은 후자를 겨우 들고 ‘여보세요, 저를 좀 읽어주세요’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 지역에 참으로 빼어난 작품들이 있고, 지금도 이를 쓰고 있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있다는 걸 저라도 한 번 더 얘기하자 싶었습니다.”
그 러나 이번 책에서 18명의 문인밖에 소개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책 출간 후 호평이 이어졌지만 ‘서운해 할 문인들도 그만큼 많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최 논설위원은 “앞으로 두 권은 더 쓸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최 논설위원은 이러한 아쉬움을 갚기라도 하듯 책에 애정을 가득 담았다. 특히 지역 문인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겪었던 일화들이 생생하다. 이는 곧 문인들의 작품 해설로 연결돼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낮술에 거나하게 취한 소설가 김곰치가 느닷없이 상을 밟고 반대쪽으로 뛰어넘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김곰치는 말에 참으로 민감하고 예민하다. ‘나의 정신, 세계관, 나의 말이 목숨 같다’(장편 ‘빛’ 293쪽)고 말하는 이가 김곰치이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문학기자를 하면서 술과 책 사이를 왔다갔다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책과 술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 사람들이 문학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생을 바치는 그것을 못 본 척할 수 없었어요. 내가 사는 이곳 부산과 경남에서, 내가 본 그들의 고투를 말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