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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선진국도 언론인 도·감청 의혹

국내도 YS·DJ정부 시절 국정원 도청 파문

김희영 기자  2013.09.25 14: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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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정보기관이 인터넷에서 송수신되는 정보를 모두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기자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정보기관의 무차별적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전직 CIA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뉴욕타임스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이 도·감청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선례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에 대한 광범위한 도·감청 의혹은 지난 2005년 이른바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X파일 사건’으로 촉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특수도청팀인 ‘미림’을 운영하며 유력 인사들의 발언을 불법 도청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이 압수한 미림팀 도청 테이프와 녹취문서를 분석한 결과 도청 피해자는 총 646명이었으며 그 중 언론인은 75명에 달했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사 사장 및 기자들에 대한 도·감청 결과물을 종합해 ‘언론계 동향’이라는 보고서가 작성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일명 ‘YS 장학생’들이 언론사 정보나 내부 동향을 일일이 보고해 힘을 보탰다. 이는 매주 한차례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비선라인으로 보고됐다. 당시 미림팀장 공모씨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림팀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직후 해체됐으나 DJ 정권에서도 언론인에 대한 불법 도청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01년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국정원이 중앙언론사 23개사의 사주와 간부 등을 광범위하게 도청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언론은 DJ정부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언론사를 ‘단속’하기 위해 도청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국정원의 과학보안국은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이용해 정·재계와 언론계인사 1800여명을 24시간 도청했다. 도청 피해자 중 언론인은 정치인(55%)에 이어 15%를 차지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언론사 파업이 이어지면서 사측이 노조를 ‘불법사찰’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MBC 노조는 파업 기간 중 직원들의 컴퓨터에 보안프로그램을 동의 없이 깔아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내용 데이터를 보관하는 등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며 김재철 전 MBC 사장을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론사 도·감청 의혹 사례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기자들에 대한 감청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최근 AP통신은 미국 법무부가 자사 기자 100여명의 통화 기록을 감청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지난해 5월 알카에다 예맨 지부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미국행 비행기에 폭탄 테러를 시도했으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를 사전에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 관련 내부 기밀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AP통신 기자들의 전화 통화 내용을 조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폭스뉴스의 제임스 로젠 기자도 4년 전 미국 연방검찰의 사찰 대상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009년 로젠 기자는 당시 미국 국립핵연구소 소속으로 국무부에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김과 접촉,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단독 보도했다. 이에 미국 수사기관은 스티븐 김을 기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했고 이 과정에서 로젠 기자의 전화 통화, 이메일, 국무부 출입 내용 등을 조사했다. 마이클 클레멘트 폭스뉴스 부사장은 즉시 성명을 내고 “취재기자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공모자로 지목된 데 격분한다”며 “우리는 자유 언론으로서 로젠 기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조차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사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미국 사회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다를 바 없다”는 비난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