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무리한 간첩 기소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일 전파를 탔다.
지난달 31일 방송을 앞두고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돌연 제작진에 불방을 통보했던 KBS는 논란이 커지자 일부 수정 작업을 거친 뒤 이날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은 지난달 22일 법원이 한 간첩 혐의 피의자에게 무죄를 판결한 사건을 둘러싼 전말을 담았다. 탈북자 출신의 화교 남매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몰렸다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인정받은 사건이다.
재판부는 특수잠입, 편의제공, 탈출, 회합, 정보 수집 및 제공 등 유모 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8개월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탈북자 간첩 사건으로는 최초의 무죄 사건으로 기록됐다. 또한 국정원이 조작된 증거들을 내세워 무고한 탈북자 출신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간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작진은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을 근거로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들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국정원이 주장한 유씨 남매의 이동 경로나 새로운 증거로 제출됐던 사진 등이 사실과 다르거나 관련 혐의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우성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거의 유일한 증거였던 여동생의 진술도 국정원의 협박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빠가 간첩이라고 자백했던 여동생은 지난 4월 국정원 조사에서 풀려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자백은 국정원의 폭행, 협박, 회유에 의한 거짓 진술이었다”고 밝혔다.
여동생은 ‘추적60분’과의 인터뷰에서도 “국정원 수사관이 머리를 잡아 벽에다 치고 발로 배와 다리를 막 찼다”며 일상화된 폭력을 폭로했다.
또한 “간첩 혐의를 인정하면 추방 안 하고 여기서 같이 살게 해주겠다”며 회유 작업도 벌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남겼다는 탈북자 명단 수치도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동아일보 등은 “유 씨가 서울 거주 탈북자 1만 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고 보도했으나, 확인 결과 명단에 적힌 수는 30명 정도였고, 이마저도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수준의 정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뉴스타파’ 등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긴 했으나 지상파에서 자세한 보도가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MBC에서도 ‘시사매거진 2580’ 기자가 취재에 착수했으나, 담당 부장에 의해 중단된 바 있다.
KBS측은 지난달 31일 방송을 앞두고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방송 시점이 적절치 않다”며 방송 연기를 지시했고, 결국 사전심의 결과를 빌미로 방송 보류를 통보했다가 1주일 만에 다시 방송을 결정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관계자는 “방송이 뒤늦게나마 나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불방 사태에 대해 정확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