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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를 앞두고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오른쪽)와 정청래 민주당 간사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정원 댓글 사건을 최초보도한 기자는 국정원 직원에게 고발당했다.(뉴시스) | ||
MBC-정수장학회 비밀 회동 건을 특종 보도해 각종 기자상을 휩쓸었던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최성진 기자에게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단독 보도한 ‘MBC-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을 취재하는 과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최 기자는 전화연결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부장,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의 장학회 지분매각 관련 대화를 듣게 됐고, 이를 휴대폰으로 녹음해 보도했다.
법원은 최 이사장과 MBC 관련자들 간의 대화를 청취한 것은 유죄, 녹음과 보도를 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결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최 기자의 취재에서 보도에 이르는 전 과정이 무죄 판결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최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저널리스트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법원의 부분적인 유죄 판결을 규탄하며 최 기자의 취재 과정은 정당한 언론행위였음을 강조했다. 최 기자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결정해 법정 분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의문의 형집행정지’를 보도한 임소정 기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 2002년 부산의 유명 기업인의 부인인 윤모씨가 사위의 이종사촌 여동생 하지혜양을 사위의 불륜상대로 의심해 청부살인을 저질러 파문이 일었다. 이후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병원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임 기자의 취재를 통해 알려졌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사건은 윤씨의 재수감으로 막을 내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임 기자를 의료법,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임 기자는 두 달여 전 경찰 조사에 응했다.
정환봉 한겨레 기자는 지난 1월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을 단독 보도하며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게시판에 정치·사회 관련 글 91건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모씨는 지난 2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정 기자를 고소했다.
이어 최근 통합진보당 변호인단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의 근거가 된 ‘녹취록’ 보도와 관련, 지난 3일 한국일보와 조선일보를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 비밀누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동시에 변호인단은 녹취록 요약 기사와 녹취록 전문에 대한 삭제 및 향후 게시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보도 후 줄 소송을 당한 예로는 MBC PD수첩도 꼽힌다. PD수첩은 2008년 광우병 의혹 보도 후 7개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 당했다. 4년2개월간의 소송전 끝에 PD수첩 제작진은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당시 제작진은 모두 PD수첩 제작팀에서 배제된 상태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보도로 자본과 언론, 정치권력의 유착관계를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상호 MBC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6년에 걸친 법정 공방을 치렀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내려진 유죄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오보에 대한 소송은 둘째 치고 공익적 목적과 사회적 평가를 받은 보도조차 소송의 긴 터널을 지나야하는 현실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중앙 방송사의 기자는 “정당한 기사에 대한 소송은 훈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송이 계속 이어지다보면 시간적, 정신적으로 부담이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기자가 승소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영향은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는 정부기관의 언론 상대 소송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언론이라는 이유로 모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권력 감시’의 측면에서는 면책 특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은 권력에 대한 비판에 대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취재 방법을 빌미 삼는 것은 언론의 기능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권력 비판의 측면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을 넘어서는 정보 획득을 용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권력과 관련한 정보는 일반적 취재 방법으로는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를 비롯해 도청한 자료를 쓰는 것에 대해 면책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소정 MBC 기자는 “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몰래카메라나 제3자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 등의 취재 방법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득이하게 그런 방법을 통해야 취재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