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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 불방…계속되는 '국정원 보도 홍역'

"심의 결과·방송 시기 부적절" 연기 지시
특종보도 삭제·TV옴부즈맨 논란 이어

김고은 기자  2013.09.04 0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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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2일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추적60분’ 불방 사태 규탄 집회를 열고 경영진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 정상 방송 편성을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국정원 대선개입 특종 보도 삭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KBS에서 열흘 만에 또 다시 국정원 관련 사건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이 불방되는 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추적60분’은 지난달 3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 이틀 전 시사제작국장의 갑작스러운 ‘방송 연기’ 요구에 이은 심의실의 ‘방송 보류’ 결정으로 끝내 전파를 타지 못했다.


방송은 화교 출신의 탈북자인 유모씨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며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전달했다는 간첩 혐의를 받은 사건을 다룬 것이다. 지난 6월부터 관련 취재를 진행해 온 ‘추적60분’ 제작진은 지난달 22일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31일로 방송 일정을 잡고 후반 작업을 해왔다.


팀장과 부장, 국장 보고 등을 거쳐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방송이 이상기류를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 28일부터였다. 이날 국정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다음날 제작진에게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며 방송을 1~2주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거부하자 백운기 국장은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심의실의 의견을 근거로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


국정원이 수사 중인 내란음모 사건을 대서특필 하고 있는 KBS가 1심 판결로 국정원의 간첩 혐의 조작 사실이 드러난 사건은 ‘재판 계류 중’을 이유로 불방 조치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김현석 위원장은 “대선 개입 사건을 덮으려는 국정원의 치졸한 정치공작에 누가 될까봐 불방을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측은 “방송 보류 결정은 관련 법규와 KBS의 정당한 내부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작진 등은 ‘청부심의’ 의혹을 제기하며 그 배후로 길환영 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새노조에 따르면 백운기 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3시경까지만 해도 제작진에게 방송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를 물었으나, 이날 오후 4시 사장이 참석하는 주간 편성회의가 열린 직후 갑작스레 제작진에게 방송 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2일 성명을 통해 “지난달 26일 이미 ‘추적60분’에 대한 보도본부장 보고, 사장 보고가 있었고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 그런데 29일 편성회의에서 길환영 사장은 ‘이석기 건으로 국정원 조작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방송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국정원 대선개입 특종 보도 삭제 논란에 이어 이번 불방 사태까지 잇따르자 국정원이 ‘신성불가침’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달 20일 ‘뉴스9’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3개팀 12개 파트가 인터넷 댓글 활동을 했다는 특종 보도를 내보냈으나, 다음날 KBS 안전관리실 직원이 보도본부를 찾아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TV 비평 시청자 데스크’에서 자사의 국정원 관련 보도를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내자 담당 국장과 부장을 보직 해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추적60분 제작진은 불방 사태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당장 이번 주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진현 담당 PD는 “취재를 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KBS에서 방송 못 나갈 거라고 얘기했지만, 끝까지 설득해 여기까지 왔는데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