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3일 제24기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수신료 인상에 비판적인 인사를 배제하고 자사 출신과 보수단체에 편중된 인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새로 선임된 위원들 중에는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신청했던 인사들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법리단체다. 방송편성에 대해 의견제시나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송사업자는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만 하는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시청자위원회는 각계의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이들로 위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24기 시청자위는 각계계층을 균형 있게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24기 시청자위에 대해 “역대 가장 편향된 시청자위원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노조는 “지난 23기 시청자위원회만 하더라도 진보진영 인사가 구색 맞추기라도 한두 명은 끼어 있었으나 이번에는 최소한의 균형도 내던진 채 보수우파, 여당 인사들 위주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새로 선임된 전성민 위원(변호사)은 지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서울 동작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이다. 배상윤 위원(경민대 조교수)은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서울 양천구청장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배 위원은 경제민주화와 반값등록금 반대 운동을 펴온 ‘참개인가치연대’와 ‘NLL 영토주권포럼’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KBS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15명의 위원 중 강대영 전 KBS 부사장, 김지문 KBS 사우회 이사, 이상여 전 KBS 라디오드라마부장 등 3명이 KBS 출신이다. 강대영 전 부사장은 최고 연장자여서 위원장을 맡을 확률이 높다. 새노조는 “이렇게 많은 KBS 출신 인사들이 시청자위원이 되는 것도 이례적”이라며 “외부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한다는 시청자위원회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수신료 인상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위원들이 연임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수신료 인상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배제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기 시청자위원회는 지난 22일 마지막 회의에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서를 채택할 예정이었다. 앞서 지난달 회의에서 시청자위는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의견 합의가 되지 않자 다수의견(찬성)에 소수의견(반대) 의견을 함께 병기해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형균 위원장이 “차기 위원회로 넘기자”며 손을 떼면서 의견서 채택은 무산됐다.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청자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KBS 경영진이 부담을 느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8일 논평을 내고 “24기 시청자위는 수신료 반대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분명한 목적 하에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KBS 경영진의 이런 행태는 시청자위원회의 존재이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시청자위원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제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우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KBS는 수신료 인상에 적극 찬성했던 위원 2명도 연임하지 못했다며 수신료 인상 반대 인사들을 배제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 1차 서류 통과자만 50명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으며, 정치적 성향보다는 각계 대표성과 전문성, 방송이해도를 고려해 선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