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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폐지, 베끼기 개선·로비 차단 긍정효과 많다

중앙 '나홀로'추진만으론 한계…타사 참여여부 관건

김동원 기자  2001.09.15 1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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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이번 가판(시판) 폐지 검토작업은 지난 96년에 이어 두 번째라는 점에서 홍석현 회장 등 중앙일보쪽의 시행 의지가 어느 수준인가를 짐작케 한다.

중앙 편집국의 한 간부가 “장·단점과 시행을 위한 전제조건 등에 대해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힌 대목도 5년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달라진 안팎의 상황을 감안해 검토작업이 진행 중임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되며 남은 것은 구체적인 방안이 언제 나오느냐의 시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편집국 간부도 그래서 “긍정적 방향에서 검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면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중앙일보의 이번 가판(시판) 폐지 검토작업은 홍석현 회장의 발언대로 신문업계의 지면 베끼기 관행의 문제점을 새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60, 70년대를 풍미하던 석간 발행체계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는 가판은 대부분 신문이 조간체제로 전환하면서 발행부수나 용도, 주 독자층 등이 크게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요 조간의 경우 1만부 안팎을 제작해 서울시내 주요지역에만 배포하는데, 신속한 정보 수요자들에게 내일자 신문을 미리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과 오보를 정정하고 명예훼손의 소지를 줄이는 등의 순기능보다는 업계나 관공서들의 로비 표적으로, 나아가 타사 지면 베끼기의 ‘참고서’라는 역기능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물론 “문제는 가판이 아니라, 타사 지면을 베끼고 또 베끼는 행동을 보며 자사 지면의 영향력을 즐기는 신문사들의 태도이며, 각사의 논조와 색깔을 고수하려는 자체 노력이 우선 전제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상론’에 가깝다고 하겠다. 가판 발행문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 없이는 구조화된 베끼기 관행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때문에 중앙일보의 가판 폐지 검토작업이 비록 업계에서 수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논리에서 출발한 지면 차별화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나름의 의미는 있다는 평가가 중앙일보 밖에서도 나온다.

한 타사 신문기자는 “지방분공장이 없는 신문사들이야 지방 배포를 위해 가판을 폐지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중앙으로서는 한번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판 폐지 검토작업은 기자들의 근무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신문의 한 기자는 “취지야 공감하지만, 그만큼 기자들의 업무 하중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마감이 늦춰지는 것은 그만큼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근로조건 문제는 반드시 노조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의 가판 폐지 검토작업과 관련한 반응에서 또 주목되는 지점은 그 파급 효과이다. 중앙의 ‘나홀로’ 행보로는 베끼기 관행이나 관공서·업계의 로비 문제를 해결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독특한 신문을 만들겠다는 시도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베끼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선 타 신문에도 파급돼야 하는 만큼 중앙일보의 검토작업이 업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앙의 가판 폐지 검토작업을 계기로 업계 전반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