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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전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MBC 지분매각 비밀회동을 보도한 지난해 10월 13일자 한겨레 지면. 원 안은 이를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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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선고 유예를 받은 한겨레 최성진 기자의 재판 결과에 언론단체 및 관계자들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정당한 보도가 다시 확인됐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통해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의 세 사람 대화를 ‘청취’한 데 대한 ‘유죄’ 판결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20일 선고 판결 후 최성진 기자는 “정수장학회를 비밀리에 처분하려 했던 음모는 결과적으로 언론 자유와 현대사의 후퇴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보도 이후 검찰 조사부터 불구속 기소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진실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하는 기자로서 개인적 양심을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싸워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동료 기자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이날 오후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선고유예는 곧 취재행위가 정당하지 못했다는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변호사와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 기자 측 변호인은 “우려한 만큼은 아니지만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녹음 및 보도’에 대한 ‘무죄’와 달리 ‘청취’에 대한 ‘유죄’ 판정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최 기자 측 변호인인 김진영 변호사는 “청취와 녹음 행위는 동시에 이뤄지고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며 “굳이 분리를 해서 청취를 문제 삼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녹음 행위에 작위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녹음 자체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도 행위도 자연스럽게 통비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보도의 공익성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인 박주민 변호사는 “청취부터 녹음, 보도까지 사실상 따로 분리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전면 무죄 판결을 하기 부담스러워 부분적으로 타협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보도의 공익성에 좀 더 본질적인 가치를 두고 제대로 평가해서 ‘청취’도 무죄 판결을 내야 올바랐다”라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도 “최 기자는 무죄”라고 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최 기자의 취재에서 보도에 이르는 전 과정이 무죄 판결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저널리스트 본연의 역할을 다한 최 기자에게 유죄의 한 점 얼룩을 남긴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저널리스트의 양심이 죽지 않는 한 제2, 제3의 최성진은 계속 등장할 것”이라며 “‘양심’ 대신 피고인석에 언론자유를 탄압한 자들이 설 때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20일 “재판결과는 검찰의 완패”라며 “비밀회동 보도는 정당한 언론행위이며 무리한 기소로 언론자유를 침해한 검찰은 또 다시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고 논평했다. 이어 “검찰은 부당한 수사로 무고한 기자를 괴롭힌 데 즉각 사죄하기를 바란다”며 “최 기자는 아무런 죄가 없고 완전한 무죄”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도 “청취와 녹음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하나는 유죄, 다른 하나는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전형적인 ‘절충형 판결’”이라며 “법원은 기자의 양심을 더 이상 멋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무작위 청취 부분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도 판결의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21일 사설을 통해 “동일한 일련의 행위를 대화 청취와 녹음으로 분리한 것도 어색하거니와, 청취하지 않고 녹음만 했으면 무죄라는 뜻인지 법원의 논리가 궁색해 보인다”며 “애초 통비법 입법 취지에 비춰 봐도 정당한 취재 보도에 적용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상급심에서는 법 제정 취지와 보도의 공익성·정당성을 두루 반영해 좀 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14일 창립 49주년 기념 여론조사를 발표한 결과, 현직 기자들 3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9%의 기자가 “최성진 기자와 같은 상황일 경우 정수장학회 관련 보도를 기사화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