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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에 파문을 던진 특강

[재능기부 저널리스트 후기] 주우연 서울 혜화여고 교사

주우연 서울 혜화여고 교사  2013.08.14 16: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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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우연 서울 혜화여고 교사  
 
모든 교사의 꿈은 ‘학생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듣는 수업’이다. 그러나 이는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 재미있는 수업 자료, 수능 기출 문제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교사들은 공포실화, 노래와 같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곤 한다.

그런데 동료 교사들이 말하길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 내가 눈을 반짝거리며 듣던 수업은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이를 깨닫고 수업 시간에 활용하니 제법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곧 한계에 부딪혔다. 임용고시를 본 후 곧장 교사가 된 내게는 다양한 사회 경험이 없으니 소소한 일상만 말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 밖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했다. 외부 강연은 효과가 높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우선 강사 섭외가 어려웠고 빠듯한 학교 예산에 강연비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였으며, 결정적으로 강사의 질 관리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본교 영어 전용교실에서 진행됐던 김호성 기자의 강연은 외부 강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해소했던 명강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들렸던 교사조차 자리에 주저앉아 강연 내용에 빨려 들어갈 정도였다.

강연자는 학생들에게 역할극을 시켜 청중의 관심을 유도했다. 본인의 평양 및 9·11 테러 취재 경험을 통해 기자의 삶을 설명할 때는 뉴스 이면에서 흘리는 기자의 땀방울과 치열한 고뇌가 느껴졌다. 기자가 되는 법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라’와 같은 상투적인 답변 대신 3.5차원의 상상력을 언급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도 많은 것을 배웠다.

강연 후 학생에게 받은 소감문에서는 ‘강연을 들으며 심장이 두근거렸다’거나 ‘되고 싶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기자의 삶을 보니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표현이 많이 보였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능기부 저널리스트 강연이 학교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번 강연은 단순히 좋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학생들이 강연 후 열심히 살고 싶고, 심장이 떨렸단다. 1시간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누군가의 삶에 자극을 주고 파문을 던지다니 이보다 성공적인 수업이 어디 있겠는가. 교사도 배울 수 있는 강연을 제공해준 관계자들에게 다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