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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모르는 '사람 이야기'…'지역'으로 돌아가는 지역신문

지역신문, 지역밀착 콘텐츠로 거듭나기

강진아 기자  2013.08.14 16: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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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ㆍ국제신문 등 지역 ‘스토리텔링’ 강화
영남일보ㆍ전남일보 등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
차별화된 지역밀착뉴스가 지역신문의 생존전략


“지역신문은 중앙이 설정해 놓은 ‘중앙집권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방의 논리, 수요자의 논리로 지방분권, 지역주권의 프레임을 설정해야 한다. 철저히 지역밀착 뉴스로 차별화하고 지방의 색깔로 채색해야 한다.”(김중석 전국지방신문협의회 회장·강원도민일보 사장 저서 ‘거꾸로 보는 지방’에서).
지역신문이 고질적 위기론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공통된 해법은 ‘지역’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역신문의 특성을 살린 지역밀착형 콘텐츠로 지역주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고민의 산물이다.



중앙 종합일간지와 차별된 ‘지역화’가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지역인물 및 공간 재해석, 지역문화를 토대로 한 콘텐츠 재생산과 사업 다각화, 지역주민들의 참여 확대 등 지역신문 곳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는 흐름은 지역의 인적ㆍ물적 자원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텔링’이다. 지난 2010년부터 ‘지역인물 스토리텔링’으로 인지도를 높인 경남도민일보가 대표적이다. 경남도민일보는 3년째 ‘동네 사람’ 코너를 통해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2회 이상 지면에 보도하고 있다. 10년 전 대학생 시절 교복 여행을 떠났던 고교 동창생들, 옛 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 자동차정비사, 조산사, 문방구 할아버지 등 인터뷰한 사람만 220명이 넘는다.

그중 독자들의 반향이 가장 컸던 기사는 지난 2011년 창간 12주년 1면을 장식한 ‘호호국수’ 주인 송미영씨 이야기다. 11회에 걸쳐 깊이 있는 인생 이야기가 연재되자 독자들은 “매일매일 연재소설을 읽는 기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좋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독자들의 호응에 당시 국숫집 페이스북 번개만남, 동네사람 토크쇼도 이뤄졌다. 세월이 지나도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국숫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잊혀지기는커녕 신문에 실린 내용의 후속 이야기를 궁금해한단다.

송미영씨는 “사람들이 굴곡진 제 삶을 응원하고 같이 눈물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며 “큰 언론보다 조그마해도 우리 같은 작지만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귀 담아 들어줄 수 있는 언론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신문과 시민은 서로 공존한다. 김밥장사든 청소부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모범적인 삶을 조명한다는 것은 좋다. 다만 상업적인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총 8회로 기획연재된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도 호평을 받았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를 주인공으로 그 일상과 입을 통해 편의점 창업과 계약, 운영 등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신문에서 보통 크게 다루지 않는 일상 이야기도 재탄생됐다. 부부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는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와 단순한 부음 기사가 아닌 지역 인사나 맛집 식당 할머니의 지나간 삶을 전하는 ‘떠난 이의 향기’가 있다. 올해 1월부터는 1면에 ‘함께 축하·응원·칭찬해주세요’와 ‘가족인터뷰’ 등을 실어 독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확대했다. 코너에 보내진 사연 중 일부는 동네사람 인터뷰로 연결됐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독자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에 가장 큰 감동을 느낀다”며 “‘지역의 사람을 기록하는 작업’이야말로 지역신문만의 킬러콘텐츠”라고 밝혔다.

지역인물 스토리텔링은 2011년 10월 월간 ‘피플파워’ 창간까지 이어졌다. 잡지 구독료만으로 수익분기점을 넘어 신문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을 탈피해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신문의 저변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창간기념일인 지난 5월 “3년 전부터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부쩍 지면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웃과 이웃을 연결해주는 소통망 같은 신문’, 궁극적으로는 ‘지역 공동체 구축’을 추구한다”며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 강화 등을 약속했다.

지역 특색을 담은 스토리텔링은 지면을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도 이어진다. 영남일보와 국제신문은 스토리텔링 기관을 발족해 지역문화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4월 부산시, 부산문화재단,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등 부산지역 스토리텔링 유관 기관 단체 55개와 함께 비영리전문기관인 ‘사단법인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를 출범했다.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해 체계적으로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겠다는 목적이다.

박창희 국제신문 부국장은 “장소와 공간에 대한 구체적 스토리를 만들고 지면을 거쳐 콘텐츠화한다”며 “심층적인 지역 문화를 개척하고 새 흐름을 선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 창립 전에는 ‘스토리시티 연다’ 시리즈로 물꼬를 텄다. 창립 후에는 ‘이야기공작소’라는 이름으로 부산 남구와 영도구, 동구, 오륙대ㆍ이기대, 유엔공원 등 부산 지역의 자연과 인문 자원을 그림과 시, 동화, 콩트, 팩션 등의 스토리로 엮어내고 있다. 만들어진 각 지자체 대표스토리는 2차, 3차 생산물로 가공되고 있다. 부산 중구청은 기획보도 후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동구 안창마을은 스토리텔링맵을 제작하고 있다.

공공분야 스토리텔링 사업이나 공연 및 창작물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시작한 ‘스토리가 있는 부산도시철도’ 사업은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였다. 범내골과 광안역 등 부산 도시철도 4곳에 전설이나 사연을 담아 16개 이야기판을 설치했다. 기장 포구 100리길 스토리텔링, 창의리더 아카데미, 집단창작클럽 등 10여개가 넘는 사업들도 계획, 진행하고 있다. 박 부국장은 “지역에서 개발할 수 있는 스토리는 많다”며 “지역 소통을 강화하고 새 영역의 콘텐츠를 통해 성과를 내면 지역신문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일보는 이에 앞서 스토리텔링을 통한 지역문화콘텐츠 활성화를 모색해왔다. 지난 2010년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을 개원해 지금까지 300여건 이상의 대구경북 지역 스토리를 개발, 지면에 연재하거나 뮤지컬, 출판, 영상물 등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지금까지 ‘경북,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라’ 기획으로 경북 지역의 인물, 음식 등 옛 이야기를 지역 작가들의 시선에서 전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스토리가 있는 구미열전’ 시리즈로 구미의 대표적 인물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의 죽장 선바위, 김천의 무흘구곡 등에 이은 지역별 스토리텔링으로 관광 산업화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안동몽진을 배경으로 한 ‘왕의 나라’, 대가야문화권 고령지역의 가야금 스토리를 담은 ‘대가야의 혼-가얏고’ 등의 뮤지컬을 제작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승운 영남일보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은 ‘2012 지역신문 콘퍼런스’에서 “지역신문의 고유한 강점을 살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 뉴스페이퍼에서 콘텐츠 페이퍼로 가는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지역신문들은 시민기자나 학생기자, 외부 전문가 협력을 통해 지역주민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강원일보, 매일신문, 중도일보, 경북매일 등 많은 신문사들이 운영 중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도 시민기자와 프리랜서 기자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지역신문 위기를 극복할 근본 대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재원이 부족해 인재 충원이 쉽지 않고, 적은 인력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지역 스토리텔링이 지역주민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위기 자체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지역신문의 존재 의의는 결국 지자체 권력 감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화’는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보도 자료에 의존하거나 지자체 및 기업 친화적인 보도에서 벗어나 관심을 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한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지역신문 스스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지역주민들이 떠나간다고도 볼 수 있다”며 “지역신문이 저널리즘의 가치와 윤리, 공정성을 갖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세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은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도 “신문에 대한 각각의 독자 충성도가 있듯 지역신문도 지역주민들에게 일정한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며 “지역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 뚜렷한 방향과 애향적인 비전을 보인다면 전국종합일간지나 방송사에 경쟁력을 갖춰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