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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급증·주요 보직 진출 증가…출산·육아 따른 경력단절 해결 관건

기자사회 '여성시대' 열리나

강진아 김희영 기자  2013.08.14 16: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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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18일 한국여기자협회가 주최한 ‘2013 이슈포럼’에 여기자들이 경주 월성원전1호기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시설 공사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여기자협회)  
 
5~6년새 여기자 비율 평균 6% 증가
부사장·국장 등 주요직책 진출 늘어
“여기자는 안된다” 일부 편견은 여전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과 함께 사회 곳곳의 여성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자사회에도 ‘여성시대’가 올까. 몇 년 새 여기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남성 위주의 기자 문화에서 여기자들이 겪어온 차별이 점차 개선되고, 주요 보직과 부서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남아 있는 과제 또한 쌓여 있다.

“결혼 전 사회부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는데 결혼하자마자 외신부로 내근 발령이 났다. 이른바 물먹은 거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결혼하고 회사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던 시대였으니까.”(류현순 KBS 부사장, 책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에서)

여기자가 사회적 편견의 벽을 도저히 버텨낼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 문제”라는 희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자 권익 및 복지 개선은 인원 증가에 따라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10~30년 전만 해도 여기자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5~6년 사이 언론계에 여기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본보가 KBS MBC SBS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연합뉴스 등 14개 언론사를 조사한 결과, 8월 현재 여기자는 각 언론사 편집국 전체 기자의 약 20%를 웃돌았다.

서울신문, 28.3%…가장 높아
여기자 비율은 서울신문이 28.3%로 가장 높았고 한겨레가 28%, 경향신문이 26.5%, 중앙일보가 24.8%를 기록했다. KBS와 연합뉴스는 23%,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21%, 동아일보와 MBC는 20%대였다.

14개사 중 4개 언론사는 20%에 못미쳤다. SBS가 14.2%로 가장 낮았고 매일경제가 17.5%, 국민일보 18.7%, 한국경제 19.6%였다. 인원수로는 연합이 138명, KBS 98명, 동아 77명, 한겨레 70명, 중앙 66명, 경향 63명, 조선 60명 순이었다.

6년 전과 비교해도 확연한 증가세다. 본보가 지난 2007년 실시한 10개 언론사(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KBS MBC SBS YTN 연합) 여기자 수 조사 결과는 평균 14%였다. 당시에도 서울신문이 20.8%로 가장 높았고, SBS가 9.5%로 가장 낮았다. 각사 여기자 명수는 약 1.2~2.5배 정도 증가했다. 연합이 64명, 경향이 35명, 동아와 KBS가 28명, 조선이 20명 늘어났다. 조선일보의 인사 담당자는 “최근 5년간 여기자 입사비율이 전체 채용인원 중 평균 35%”라고 밝혔다.

여기자들의 승진 및 보직 진출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류현순 KBS 부사장,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 이정민 중앙일보 정치부장 등이 발탁됐다. 한겨레 편집국장을 역임한 권태선 편집인을 비롯해 여성 편집국장도 시사IN 이숙이 국장, 프레시안 전홍기혜 국장 등이 활약 중이다.



   
 
 
그밖에 현직 주요 보직간부로는 한겨레 김영희 문화부장, 서울신문 김균미 부국장과 권혜정 편집2부장, 조선일보 강인선 국제부장과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박은주 문화부장, 중앙일보 김수정 피플앤섹션부장과 우현아 선데이편집에디터, 경향신문 한윤정 문화부장과 김후남 여론독자부장, MBC 이동애 사회2부장과 김소영 주말뉴스부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과거 보직을 거친 여기자들은 논설위원(해설위원)이나 선임기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아일보는 4명, 서울신문은 3명, 중앙일보와 KBS는 2명의 논설위원을 두고 있다. 연합뉴스는 2명의 기획위원, 세계일보는 1명의 편집위원이 있다. 서울신문은 특파원 3명 중 2명이 여기자다.

하지만 여성간부들이 문화부나 편집부 등 일부 부서에 한정돼 있고 아직 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 부장직 이상의 보직 간부를 맡고 있는 이들은 언론사별로 5명 이내다. KBS 5명,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가 각 3명이다. 국민과 서울, 연합, MBC가 2명, 매경과 세계가 1명이다. SBS와 한국경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처럼 승진이나 보직 임명에서 드러나게 차별을 받진 않지만 여성이라는 약점이 작용할 수 있다. 동기인 남기자에 비해 나이가 적다거나 팀워크, 조직력 기여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능력이 뛰어난 여기자들이 많지만 조직에 대한 희생, 기여가 부족한 측면이 있어 여기자들도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정당, 법조팀 등 조직 내 팀워크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자에 대한 편견도 문제다. 한 방송사 여기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며 “어느 조직이나 여기자를 색안경 끼고 보는 측면이 있다. ‘여자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 간부들이 핵심 보직에 앉아 있으면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간부들이 많아질 가능성은 있다. 현재 동아, 중앙, 한겨레 등에서 차장급 여기자들이 팀장직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자 간부 자원이 폭넓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수의 여기자가 10년차 아래이며 육아, 교육 등의 문제로 그만두는 여기자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노조위원장은 “여기자 수가 10년 만에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국회 기자실의 경우 여기자가 10년 전 등록 인원에 비해 10배는 될 것”이라며 “하지만 육아문제 등 중간에 그만두는 경력 단절자가 많아 편집국장이나 논설위원 등 고위급으로의 진출이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직 진출 등 시야 넓혀야”
여기자들이 편집국 보직 외에 경영직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취재직만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승진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여기자들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며 “조직 안에서 편집국이나 경영직 간부 비율 혹은 인사, 포상 등 주요 사내 위원회에 일정 정도 여기자 비율을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산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쓰기 시작한 것은 여기자들이 많아지면서다. 요즘은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년을 채워서 다 쓴다.” (MBC 한 여기자)

출산·육아는 여전히 여기자들이 부인할 수 없는 고민거리다. 과거 여기자들이 극소수였던 시절에는 출산, 육아를 위해 사표를 내야 했다. 출산에 임박해서도 현장을 뛰고, 어렵사리 2~3개월 얻은 단기휴직 중 데스크 호출로 다시 불려오기 일쑤였다. 이처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눈치를 보며 휴직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됐다는 전언이다.

주요 언론사들은 대부분 법적 규정에 따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상 출산 전후 90일의 휴가와 남녀고용평등법 상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이 명시돼 있다. 경향, 동아, 중앙, 한겨레, KBS, MBC 등은 “육아휴직 사용이 자연스러운 문화”라며 “여기자들의 70~80%가 1년 휴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한 여기자는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 육아휴직을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남자 선배들이 독려해줬다”며 “1년은 금방 가고 회사도 잘 돌아가지만, 아이는 그 시간을 보상받지 못한다. 육아 휴직으로 아이와 애착형성을 잘 해야 나중에 오히려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사용도 회사마다 달라
육아휴직 활용도가 커지는 한편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SBS 등 일부 언론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다. 제도는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 편집국 내부 대체 인력 부족, 간부들의 태도 등에 여기자들이 선뜻 육아휴직에 나서지 못한다. 선례가 많지 않아 문화 자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SBS 한 기자는 “육아휴직의 1년을 모두 채워서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인력 부족 등으로 신청자가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자 기자는 육아휴직 신청자도, 사용된 예도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노조 관계자는 “여기자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스타트를 끊으면 될 것 같다. 경영진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 만큼 여기자들도 적극 변하고 편집국 내부에서도 틀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6개월 이상 장기 육아휴직 시 유모차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육아를 위한 탄력근무제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연합뉴스는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다. 육아기 단축근무는 1년 이내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KBS도 최근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업무 시간이 일정치 않은 기자직군은 활용도가 낮다. 한겨레는 현재 노사공동위원회를 조직해 탄력근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양성평등, 모성보호 등에 대한 제도를 수정 보완하고 별도의 독립위원회 구성 등을 모색 중이다.

보육시설은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KBS는 회사 내 140여명 정원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MBC와 SBS, 동아일보는 회사 근처 위탁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매경, 한경, 한겨레 등 몇몇 언론사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비용을 부분 지원하고 있다.

정성희 여기자협회장(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여기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어지고 있지만, 육아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며 “회사마다 다르지만 영세한 언론사의 경우 육아 휴직을 마음놓고 쓸 수 없거나 지원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회사들이 대체 인력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