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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저널리즘 새 대안 '비영리 언론'…안정적 재정 확보가 관건

태동기의 한국 비영리 독립언론

김고은 기자  2013.08.14 15: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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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월 해직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뉴스타파는 지난 3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간판을 내걸고 비영리 민간매체로 새 출발했다.(뉴시스)  
 
뉴스타파 조세피난처 보도후 후원자 급증
정치·자본 눈치 보지않는 ‘탐사보도 로망’
시청자층 확대·기부 문화 정착 해결돼야


저널리즘 위기의 새 대안으로 비영리 저널리즘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비영리 독립언론은 세계 저널리즘 변화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상업화와 경제 위기로 가속된 저널리즘의 위기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비영리 독립언론의 태동에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뉴스타파’를 필두로 비영리 독립언론의 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다만 그 배경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미국의 경우 언론의 정파성 문제보다는 “질 높은 저널리즘”에 대한 수요가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의 등장을 이끌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촉매제가 됐다. 기존 언론에 대한 저항과 비판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대한 열광을 불렀고, 대안언론인 ‘뉴스타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전부터 ‘단비뉴스’나 ‘옥천신문’과 같은 비영리 독립 언론은 존재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국민TV’, ‘고발뉴스’ 등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탄생한 비영리 매체들은 언론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함의하는 바는 크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공통점도 주목할 만하다.

뉴스타파는 지난 5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해 세간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뉴스타파는 전액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김용진 대표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는 비영리, 비당파 독립 언론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전까지만 해도 7000~8000명 정도에 불과했던 후원자 숫자는 대선 이후 3만 명까지 늘었다. 최근 조세피난처 보도 이후에도 회원 수가 급증해 3만1000명이 넘었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꿈꾸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로망’으로 여겨진다. 정치권의 간섭이나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때문이다. 김용진 대표와 최경영 기자, 김경래 기자 등이 안정된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옮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력과 장비는 KBS에 비할 수 없이 열악하지만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앵커를 맡고 있는 최승호 MBC 해직 PD는 “혼자서 많은 일을 해야 해서 버겁지만 행복하다”며 “MBC에 있는 후배들은 ‘잘려서 다행’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TV는 미디어협동조합 형태로 지난 3월 출범했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을 대체할 ‘대안적 방송’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온 때였다. 조합원 1000여명에 출자금 10억여원으로 시작한 국민TV는 7월 말 현재 조합원 수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1구좌당 5만원씩을 출자해 현재 자본금 규모는 약 3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비영리 언론을 지향하기 때문에 대기업 광고는 일절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공익광고나 조합원 광고는 일부 방송하고 있다. 5월 광고 매출 50만원으로 시작해 7월 매출 1000만원을 달성했다. 현재 상근 직원은 10명. 해직기자인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이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4월 라디오 방송을 개국한 국민TV는 6월부터 매주 월~금 오전 6시부터 24시까지 18시간 동안 방송을 하고 있다. 유·무선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들을 수 있다. 라디오 방송만 하기 때문에 주목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반응은 제법 뜨거운 편이다.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가 제작하는 ‘민동기 김용민의 미디어토크’와 ‘서영석 김용민의 정치토크’ 등은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TV의 궁극적 목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편성채널’이다. 전용 셋톱박스나 최근 구글에서 출시한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이용해 일반 가정에서 TV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TV가 개국하면 조합원들에게 월 1만원의 시청료를 징수할 예정이다. 종합편성을 지향하지만 주력 프로그램은 역시 뉴스다. 최동석 경영담당 이사는 “공정언론을 지향하면서 기성 언론들이 주지 않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매체 고발뉴스도 있다. MBC에서 해직된 이상호 기자가 20여명의 기자, PD와 함께 만드는 데일리 매체이다. 역시 상업광고 없이 정기구독료 형태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이상호 기자는 “주식회사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후원자 수는 약 5000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권력에 눈치 보지 않는 성역 없는 보도”를 지향하며 지상파 방송이 전하지 않는 4대강, 삼성, 비정규직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등 광고에 기반한 기존 언론의 비즈니스모델을 거부하는 실험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험의 파급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 보도로 이름을 대중에게 많이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재원들에게 “뉴스타.. 뭐.. 뭐요?”라는 반응을 듣기 일쑤다. 국회 상임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등록된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나곤 한다. 김용진 대표가 “조세피난처 보도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던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특종은 기존 언론들의 외면 속에 빛이 바랬다. 지난 3월부터는 고발뉴스의 ‘고발TV’와 함께 RTV를 통해 케이블 방송도 하고 있지만 시청자층 확대가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비영리 독립 언론의 등장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우리의 언론환경이나 기부문화는 덜 무르익었다는 지적이다. 탐사보도에 대한 투자, 전문 인력 확충, 기존 언론과의 차별화와 함께 매체별 정체성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

관건은 역시 ‘돈’이다. 비영리 언론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재정 문제는 이들 매체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당장 국민TV는 하반기 TV 개국을 목표로 하고도 자본금이 부족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동석 이사는 “조합원 수가 적어도 5만 명은 되어야 TV 개국이 가능하다”며 “연내 개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합원 수도 당초 예상보다 증가 속도가 더딘 편이다. 현재 신규 조합원이 하루 50~80명 정도로 늘어나고 있어, 이 속도라면 연말까지 3만 명 조합원 달성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최 이사는 “TV 개국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가 큰 만큼 정식 개국 전에 한두 시간짜리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선보이는 방식 등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비영리 독립언론을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비영리 언론의 경우 개인들의 소액 후원이 중심이어서 예산 규모가 작은 편이다. 뉴스타파나 국민TV는 직원 급여를 “적정 수준”으로 대우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권 언론에는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력도 늘 부족한 형편이다.

최진봉 교수는 “소액 주주들의 참여로 공익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공익재단이 조건 없이 지원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대표는 “기부 모델이 늘고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특성을 살린 비영리 매체가 늘어나 정파적 매체를 대체하게 되면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