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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직언론인들은 해직 이전 소속 언론사에서 간판급 언론인으로서 인정받았다. YTN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돌발영상 초대 PD를 거쳐 뉴스 앵커로 활약했던 노종면 기자, 뉴스1 팀장과 국회반장을 거친 조승호 YTN 기자, MBC 시사매거진 2580 등에서 활약했던 이용마 기자, 정치부 국회팀을 거쳐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 앵커를 역임했던 박성호 기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MBC·YTN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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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자 문제 노사대화 “말 꺼내기도 힘들어”
새 정부 입장 모호…대통합위 면담이 전부
1993년 해직문제 해결에는 정부 의지 작용“우리 회사 노사관계는 남북관계와 비슷하다.”
모두 15명의 해직자 복직 문제가 걸린 MBC, YTN 등 언론사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적대적 불신 속에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끝없이 평행선만 달린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북관계보다도 꽉 막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남북은 회담이라도 여는 등 대화하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때로는 부분적 성과도 낸다. 반면 해직자 문제는 아예 노사 ‘테이블’조차 마련되기 힘든 상황이다. 물밑 대화까지 ‘올스톱’이다.
MBC “현 경영진 아래서는 어려워”지난해 파업으로 7명이 대량해고 된 MBC는 노사 간 해직자 문제 논의 자체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MBC노조와 기자회 등 사내 직능단체들은 지난 5월 김종국 사장 취임 후 여러 경로를 통해 사측에 해직자 문제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지만 아예 대화의 안건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다른 사내 현안에 대한 입장과 비교해서도 사측의 해결 의지가 현격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사측은 “내년 3월 사장이 선출된 이후에야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국 현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보궐 사장’이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년 사장이 바뀌면 실마리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임기 문제는 표면적 이유일 뿐 속내는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임명돼 대부분 영전 또는 유임된 임원·간부들이 해직자 복직에 ‘알레르기’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 파업 참가자의 원직복귀도 저조한데 해직자 문제는 더 험난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10~11월경 해직자들의 징계무효소송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측이 어떻게 대응할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MBC 노사 단체협약에는 ‘징계 관련 소송 1심 판결이 나올 경우 항소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이에 따라 조치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다. 하지만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상태고, 현재의 해직자 문제에 대한 태도를 볼 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MBC노조와 직능단체들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와 방송공정성특위가 가동되고 있는 국회를 주목하고 있다. MBC노조의 한 관계자는 “MBC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 벌어진 언론인 대량 해직사태는 정치·사회적인 큰 틀의 합의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나 여당의 움직임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YTN 사측 ‘선 사과’ 입장에 교착오는 10월이면 해직사태 만 5년을 맞는 YTN 역시 해직자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 논의는 현재 전무하다. 최근 노조 집행부가 교체돼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막연한 기대 수준이다. 지난달 새로 선출된 권영희 노조위원장과 배석규 YTN 사장은 최근 취임 인사차 만난 자리에서 “해직자 문제에 대한 대화를 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08년 6명 해직사태 이후 대화가 번번이 좌절된 선례가 있어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란 쉽지않다.
더욱이 사측이 해직자들의 ‘선(先) 사과’를 ‘논의 검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과 올해 초 대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이것이 쟁점이었다. 사태 장기화로 쌓인 노사 양측의 불신의 골도 깊다. 쉽게 말해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권영희 위원장은 “노사만의 힘으로 해직자 문제를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사태의 근원이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낙하산 사장 문제에 있기 때문에 노사 스스로 풀기가 어렵다”며 “정부 등 외부에서 건전한 방향으로 조율이 시도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TN의 한 간부급 기자도 “그동안 누적된 불신 때문에 노사가 서로 어떤 제안을 해도 진의를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권위있는 제3자가 합리적 중재에 나선다면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93년 KBS 해직자 전원복직의 교훈이같이 해직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MBC, YTN은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이 ‘기대난망’인 상태다. 언론계의 이목이 정부로 쏠리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개별적으로 “정부 불개입 및 노사 자율 해결의 원칙”을 언급한 것 외에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나마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대통합위 한광옥 위원장이 지난달 MBC·YTN 해직기자들을 한차례 면담한 게 유일한 공식 행보다.
하지만 과거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의 전례를 보면 정부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KBS·MBC 해직자 문제 해결이다. 당시 새 정부가 들어선지 6개월 사이 6공화국 노태우 정권 시절 해결 해직된 언론인 중 평화방송을 제외한 KBS·MBC·경향신문의 해직언론인들이 전원 복직됐다.
전 정권에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해직문제가 대승적으로 마무리 된 것은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과거의 불행한 언론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당시 KBS와 MBC는 노사가 극단적 대립을 치른 상황이었지만 이같은 배경에서 매듭이 풀렸다.
KBS는 1990년 서기원 사장 취임을 반대하며 벌어진 ‘4월 방송민주화 투쟁’으로 안동수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11명이 대량 해고 조치됐다. 이들은 구속 뒤 해직상태에 놓였다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해인 1993년 8월 전원 복직됐다.
MBC 역시 1990년 PD수첩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의 불방을 항의하다가 해고된 안성일 전 노조위원장과 김평호 전 노조 사무국장이 1993년 6월 재입사 형태로 돌아왔다. 당시 복직 문제를 풀었던 MBC노조위원장은 현 김종국 사장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언론계의 최대 관심은 해직언론인 복직 문제였다. 그중에서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15명이 구속된 끝에 11명이 해직된 KBS가 핵심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출범 직후인 3월 대사면을 단행해 해직된 KBS 구속자들을 사면복권시켰다. 이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현 전국언론노조)이 김영삼 대통령과 법무부에 보낸 해직언론인 원상복귀를 청원하는 서한에 공개적인 ‘민원회신’ 형식으로 답변하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인 끝에 이뤄진 조처였다. KBS가 이들을 해고한 사유인 ‘유죄판결’ 문제가 우선 정리된 것이다.
또 언론단체 중심으로 ‘해직언론인원상회복특별법’이 청원되는 등 해직자 복직 문제가 이슈화되자 당시 오인환 공보처장관은 국회에서 “해직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직자와 해당언론사 간 해결할 일이나 정부가 조정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전향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와있다”고 말해 힘을 실었다.
결국 KBS 해직자들은 그해 7월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고 회사는 항소를 포기해 전원 복직하게 된 것이다. 인사상 불이익도 일체 없었다.
“당시 정부 복직원칙에 공감”김영삼 정부 관계자들과 복직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접촉을 가졌던 김주언 당시 한국기자협회장(현 고문)은 “김영삼 정부는 과거 불행한 언론계 사태를 해결하자는 원칙에 동의했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구속된 해직자의 사면복권 및 해직 관련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S 해직 문제 해결은 또 노-사-정이 함께 상호 작용해 해법을 찾은 결과였다는 뒷이야기다. 1993년 복직 당시 KBS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영신 JTBC 편성제작총괄 상무는 “그때 KBS노조의 최대 현안은 해직자 전원복직이었고, 사측은 퇴직금제도 개정을 통한 부실 경영 타개를 위해 노조의 동의가 급선무였다. 정부는 출범 초기 노사관계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이런 배경에서 노조는 야권을, 회사는 정부·여당을 계속 접촉하면서 한때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노사가 KBS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이 행사 다시 하지 않아도 되겠죠?”
지난해 10월 YTN노조 주최로 열린 YTN 해직사태 4주년 행사에서 나왔던 말이다. 대선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과거의 해묵은 상처는 치유되리라는 기대에 나온 언급이었다. 그러나 해직기자들의 복직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오는 10월8일이면 해직사태 5주년이 된다. 앞으로 현 정부 5년 동안에도 매년 해직의 아픔을 되새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언론계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