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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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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배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호랑이처럼 자존심을 먹고 삽니다.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취재 현장을 지키면서 진실을 추구하고, 국민과의 소통으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소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공공 저널리즘의 구현을 위해 소수가 독점한 정보를 공개하고, 매의 눈으로 권력을 비판 감시하며, 따뜻한 가슴으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바탕에 이 같은 언론의 역할과 기자들의 소명이 자리하고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악화일로입니다. 기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의 피폐로 저널리즘이 흔들리면서 많은 동료 기자들이 스스로 언론계를 떠나고 있습니다. 기자의 직업적 해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취재 현장에 나선 기자들의 머릿속에는 직업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떠나지 않고, 앞으로의 세월의 더미를 넘어설 인생 이모작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기자의 직업 위기는 구조적이자 세계적입니다. 전세계적 정론지의 모범인 뉴욕타임스가 자회사를 정리하고, 워싱턴포스트가 매각됐다는 보도는 충격을 줬습니다. BBC 등 유수 방송사들의 감원 소식도 낯설지 않습니다. 위기는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굴지의 언론사들조차 경제위기 여파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미국의 주요 직업 선호도에서 언론계는 바닥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중앙은 물론 지역 언론사 기자들 상당수가 불안한 미래에 한숨짓고 있습니다. 이념과 지역, 매체는 다르지만 기자의 생존 위기는 공통분모입니다.
언론인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튼튼한 저널리즘의 초석입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언론을 보호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의무입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한국기자협회는 창립 반세기를 맞는 내년 1월부터 언론인공제회를 통해 언론 본연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저널리즘을 복원하려 합니다.
바야흐로 언론인공제회는 언론종사자들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유혹을 떨쳐 버리며, 초심을 굳건히 지킬 수 있게 하는 단단한 주춧돌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물론 언론의 개혁과 자정을 위한 시대적 과제는 부끄럽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국민들은 우리 언론에 반성과 실천, 공정보도와 불편부당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곡과 침묵, 배신과 음모로부터 올곧게 바로 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감시하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스해지지 않는 한 우리는 언론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대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49주년 기념일을 맞아 우리 언론은 국민에게 떳떳하고 역사와 진실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 나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해야 합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