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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사장 취임 석달, MBC는 '표류중'

특혜 시비·이중처벌 논란 속 불공평 인사
오보·방송사고에도 책임커녕 '영전' 구설

김고은 기자  2013.07.31 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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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이 물러나고 김종국 MBC 사장이 취임한 지 석달이 됐지만, MBC 구성원들의 한숨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종국 사장이 “직을 걸고 실현하겠다”던 공정방송은 여전히 요원하고 해직자 복직과 같은 조직 정상화도 기대난망이다.

임기 10개월의 김종국 사장이 리더십 부재에 허덕이는 동안 유임된 ‘김재철 체제’의 핵심 인사들이 조직을 장악하며 내부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때보다 지금이 더 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김종국 사장은 지난 5월3일 취임식에서 공정방송과 조직문화 개선을 MBC 당면 과제로 선언했다. 경영진들도 공공연히 “조직 내부 기강을 흐트러트려선 안 된다”며 파업과 관련한 인사 문제 해소를 공언하곤 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파업 참가 여부가 여전히 인사 평가의 잣대가 되고, 이에 따른 형평성 없는 인사도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보도국 정치부 소속이던 김모 기자는 지난달 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오보를 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김 기자에 대한 징계는 근신 7일이었고, 오히려 법조반장으로 ‘영전’했다. 법조팀 경험이 없던 김 기자에 대한 특혜성 인사라며 기자들이 들끓었다.

반면 지난 4월 ‘컬투의 베란다쇼’에서 여당 정치인 등을 풍자한 유 모 PD는 담당 국장의 ‘정치적 편향성’시비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근신 7일을 받은데 이어 최근 개인별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인 ‘R등급’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지만, 김 기자는 개인평가에서 불이익은커녕 특혜 시비를 부르고, 유 PD는 ‘이중처벌’을 받은 셈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는’ 개인평가라면 그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으며, 신상필벌의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파업 기간 채용된 이른바 ‘시용기자’ 출신들과의 불협화음도 계속되고 있다. 보도국 한 기자는 지난달 아직 기수가 정해지지 않은 시용기자를 선배기자로 인정하고 후배로서 ‘아침 보고’를 하라는 데스크의 지시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가 ‘항명죄’가 적용되어 인사평가에서 R등급을 받았다. MBC노조 한 관계자는 “간부들이 시용기자 출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유달리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방송 실현에 대한 김 사장의 취임 일성 역시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소식은 단신 처리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는 ‘뉴스데스크’에서 단 한 줄도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 뉴스 등 전 정권과 현 정권에 부담되는 뉴스는 전혀 안 나가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사고 뉴스로 도배되고 있다”며 “뉴스라기보다 생활정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했다.

오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의 범인을 잘못 보도해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지난 5월 ‘가짜 싸이’ 오보 소동으로 역시 ‘주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8일에는 ‘뉴스데스크’에서 톱뉴스가 두 번 나가는 사상 초유의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책임 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러다보니 뉴스 경쟁력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지난해 파업 종료 이후 서서히 상승세를 타는 듯 했으나 여전히 SBS 8뉴스에 거의 밀리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한 전국 시청률 순위에서 뉴스데스크가 20위권에 진입한 것은 단 다섯 차례뿐. SBS 8뉴스는 같은 기간 14번 진입했다.

국민 여론도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MBC 기자들은 냉대를 받기 일쑤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지난해 1월 이전의 상황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MBC 한 기자는 “보도국 안에 정상적으로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도 상당수 있는데 시용기자나 수뇌부에 동조하는 기자들과 같이 섞여 있다 보니 MBC 기자들이 한데 묶여 손가락질을 받아 힘이 빠지고 힘든 상황”이라며 “MBC의 문제에 대해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지금 MBC의 문제”라고 말했다.

책임론의 정점에는 김종국 사장이 있다. 그러나 김종국 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게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한 중견 PD는 “임기 10개월짜리인 김종국 사장에겐 내년 2월 방문진 이사회에서 연임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라며 “방문진 여권 이사들의 눈치만 보느라 조직을 전혀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종국 사장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이미 ‘김재철 시즌2’를 자임했던 그에게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뉴스데스크 방송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도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아무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장겸 보도국장이 권재홍 보도본부장에게 스스로 인사위원회 회부를 자청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인사위는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김종국 사장이 보도국 시스템에 대해 전혀 얘기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보도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편향적으로 허위 보고를 받고 그게 사실인양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