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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

김고은 기자  2013.07.17 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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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실 주최로 KBS 수신료 인상의 합당성을 따지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 다수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공정성 회복과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같은 날 KBS는 토론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보도 공정성 논란에 대한 해명이었다. KBS는 NLL 대화록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논쟁적, 정파적 사안”이라고 규정하며 “KBS는 다양한 측면의 논점을 다루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SNS를 통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전직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까지 된 사건을 두고도 “정파적 사안”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태도는 할 말을 잃게 했다.

언론·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KBS가 이처럼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부동의 시청률 1위’라는 지표 때문이다. ‘신뢰도와 영향력 1위’라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 기자들이 “우리 뉴스는 노인층만 본다”며 자조할 때 간부들은 개선 요구가 높은 TV 시청률 성적표를 들고 자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안팎에서 아무리 “보도 공정성 회복이 먼저”라고 떠들어봤자 소귀에 경 읽기다.

해가 갈수록 수신료 인상은 KBS에게 더욱 절박한 과제이며, 당대의 정치 상황과 여론지형도에 따라 공정성 논란에 발목을 잡혀 수신료 인상이 번번이 좌초되었던 것이 억울할 법도 하다. 그렇다 해도 합리적인 비판과 문제제기까지 ‘KBS 흔들기’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말 수신료를 인상할 의지가 있다면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그에 합당한 대책 마련을 약속하는 것이 옳다.

합의가 어려울 때는 설득을 해야 한다. 지금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는 그 과정이 빠져 있다. 공론화되기를 꺼리며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치르려는’ 듯한 분위기다. KBS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이사회도, 방통위도 아닌 국민이다. 길환영 사장과 이길영 이사장에게 달리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