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월 2500원인 TV 수신료를 4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상정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 3일 KBS 사측이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을 여당 측 이사들만의 결의로 단독 상정했다. “이사회의 선 논의와 합의”를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했던 야당 측 이사들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이사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일방 상정은 ‘합법적 절차’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수 이사를 무시한 것이고, 관련하여 여러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KBS 구성원 다수를 무시한 것이고, 나아가 수신료 부담 주체인 시청자 모두를 능멸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첫 걸음부터 날치기로 뗀 이상 수신료 인상안 통과는 이미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일갈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도 “언론공정성 회복이 수신료 인상을 위한 필수 선결 과제”라며 국민적 공감대 없는 수신료 일방 강행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KBS 사내 여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KBS 한 관계자는 “수신료를 4800원으로 올린다는 소식에 다들 ‘뜨악’ 하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0년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의결한 이사회가 불과 3년 만에 갑절이 넘는 2300원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신료 4800원 인상안이 2TV 광고 대폭 축소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사내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수신료가 4800원으로 인상되면 KBS 전체 재원 대비 수신료의 비중은 현재 37%에서 70% 수준까지 치솟고 광고 매출은 연 2000억~3000억 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BS에서 줄어든 광고비는 다른 방송사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종편 숨통 틔우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S 한 관계자는 “방통위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2TV 의무재송신과 8VSB(지상파디지털전송방식)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며 “결국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수신료 인상 추진이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한 기자는 “수신료를 4800원으로 올리겠다는 건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전략적 판단도 찾아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때문에 “길환영 사장이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이 이를 구실로 내부의 비판을 탄압하는 ‘수신료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길환영 사장으로선 수신료 인상이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도 그만”이라며 “이번에 안 되면 내년에 또 다시 시도하면서 수신료 인상을 명분으로 비판 세력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와 함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1.9%가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기 전에 선행해야 할 일로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확보(37.4%) △국민들의 신뢰회복(27.0%) △국민적 공감대 형성(17.9%)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KBS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을 찬반으로 묻는 것은 외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여론 조사 결과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수신료 현실화는 절박한 공영방송 재정악화 개선과 왜곡된 재원구조 개선을 통한 정체성 확립, 디지털∙스마트 시대 공영방송의 책무와 서비스 확대, 그리고 최고 명품 콘텐츠를 통한 한류 확산 등 문화 강국 위상 강화를 주도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라며 “종편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