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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행위 없는 편집국 폐쇄, 희한한 일"

법률전문가들 한국일보 조치에 '갸우뚱'…"업무방해에도 해당 소지"

장우성 기자  2013.06.19 15: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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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지방취재본부 기자들이 1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신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기자총회에 참석해 한국일보 노조에 지지의사를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폐쇄 조치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대응조처로 이뤄지는데 쟁의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용역까지 동원해 노조 소속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경우는 한국일보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5월 MBC 김재철 사장이 보도국을 봉쇄한 경우가 비교될 만한 사례다.
당시 MBC 사측이 노조 파업 도중 시용기자를 채용해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려 하자 MBC기자회는 보도국에서 침묵 농성을 벌였다.

사측은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16일 보도국이 위치한 MBC 본사 5층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막고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시켰다. MBC는 청원경찰 10명을 배치해 파업에 불참한 기자들에게만 비표를 발급하고 출입을 허용했다. “신군부 시절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밖에 언론사 직장폐쇄는 몇 차례 사례가 있다. 2007년 삼성 비판 기사 삭제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 당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이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일간스포츠, 충청일보도 노조 파업 도중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쟁의행위와 무관한 노무 공간 폐쇄 조치는 이번 한국일보가 유일하다.

김준현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는 “쟁의행위가 벌어지지 않았고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가 강력한데 사용자가 이를 막는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영국 변호사는 “사측은 인사 명령 거부를 이유로 노무 제공 의사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면서도 “인사 명령이 적법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사측의 주장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경영자의 인사 지시에 따라 노무를 제공할 의사가 없다고 보여 근로계약에 있는 사항이지만 ‘근로제공확약서’를 통해 재확인하려는 것”이라며 “법적 검토를 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의 인사 명령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영성 편집국장의 해임은 기자 98.8%가 반대해 부결됐으며 장재구 회장이 임명한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이전 국장 임명동의투표에서 과반의 반대표를 얻었다. 이 투표는 한국일보 노사가 합의한 편집제작강령에 따른 것이다. 강령에는 “경영진은 편집국장을 임면할 때 편집국 구성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규정돼있다.

또 이같은 조치는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영국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업무방해죄에서는 업무에 대한 권한이 사용자 측에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한국일보 내부 규정에 경영으로부터 편집의 독립이 명시돼 있다면 사용자라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편집제작강령 제3조는 ‘편집자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진 등 사내의 부당한 간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입방해 및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1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에 대한 시급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지도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국일보 사측의 이번 조치는 신문의 기능과 사명을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현 변호사는 “한국일보의 편집국 폐쇄는 편집 자율권을 명시한 신문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사측의 도덕적 결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