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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신관 1층 로비에서 열린 한국일보 기자총회에서 기자들이 편집국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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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사상 유례없는 편집국 폐쇄 조치로 충격을 부른 한국일보 편집국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측의 강경 돌파 시도는 회사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일보 사측이 용역직원을 동원해 ‘근로제공확약서’를 쓰지않은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한 이래 한국일보는 연합뉴스와 자매지인 스포츠한국, 보직부장들의 기사로 24~28면을 채웠다. 일부 기사는 기자 이름도 없이 게재되는 등 파행 제작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측이 강행하고 있는 신문 제작은 더욱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현재 15층 편집국에서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인력은 보직부장 7명과 일부 기자 외에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근로제공확약서를 쓴 기자들도 있지만 노조 대오가 탄탄해서 아직 크게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짝퉁 한국일보’ 제작 지원에 직간접적으로 투여되고 있는 자매지 기자들도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 노조는 19일 한국일보 제작에 대한 서울경제 편집부 인력 제공을 중단할 것을 사측에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서울경제는 노조가 조합원인 기자들을 한국일보 제작에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자 간부 2명과 계약직 오퍼레이터 2명을 보내 한국일보 제작을 지원해왔다. 이에 서울경제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거쳐 한국일보 제작에 일체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경제의 한 기자는 “우리가 한국일보를 대신 만들어주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와 서울경제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다”며 “기사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오해도 있어 이를 불식시킬 조처가 절실하다는 기자들의 여론이 크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기자들 역시 18일 한국일보에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가 게재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데스크에 전달했다. 스포츠한국의 한 기자는 “기자들은 ‘짝퉁 한국일보’ 제작에 우리 콘텐츠가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중재자적 입장을 취했던 논설위원들도 장재구 회장 측에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19일 입장을 내 “한국일보 사태는 단순한 노사갈등도, 경영진이 주장하는 노노갈등도 아니다”라며 “십 수 년 언론사란 보호막에 싸여온 경영의 비리와 탈법, 부도덕의 적폐를 털어내 한국일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데 200여명 기자 거의 전원이 뜻을 모은 것이 그 발단이며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조치에 이어 급기야 편집국 폐쇄라는 가장 최악의 선택으로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가 파국을 자초한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장재구 회장과 그에 기댄 몇몇 경영 측 인사, 이번 사태 무마의 전위 용도로 졸속 승진발령을 받은 예닐곱 간부가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에 출입하거나 남아있는 전부”라며 “직업 특성상 기본적인 옳고 그름의 판별을 훈련 받아온 기자들이므로 가짜 한국일보 제작에 더 참여하는 이는 추후에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8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1층 로비에서 열린 한국일보 기자 총회에 박종률 회장이 참석해 강력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일보의 사주는 장재구 회장이지만 진정한 주인은 기자들과 한국일보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며 “기자협회는 장 회장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조속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제기자연맹에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대응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8000여명 회원들을 대상으로 검찰의 장 회장에 대한 조속한 수사와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명도 전개하기로 했다.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는 법적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노조 비대위는 “쟁의행위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강행한 직장폐쇄는 위법”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출입방해 및 업무방해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장재구 회장의 배임 외에 또다른 혐의에 대해 검찰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일보 노사는 18일 편집국 폐쇄 조치 이후 처음으로 만났으나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이상석 부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정상원 노조 비대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대화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