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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5차 세계신문협회 총회의 주요 화두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와 뉴스룸 혁신이었다. 3일 방콕 컨벤션센터에서 토마스 제이콥 세계신문협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글로벌 미디어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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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00여개 매체 유료화…유럽도 속속 도입기저귀를 찬 갓난아이가 잡지 사진을 보고 있다. 아이는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손가락으로 여러 차례 터치한다. 하지만 사진은 움직이지 않는다. 터치하면 다른 사진이 나오거나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는 줄 알고 있던 아이는 짜증을 내더니 결국 울고 만다.
지난 4일 태국 방콕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세계편집인포럼(World Editors Forum) ‘저널리즘의 미래’ 세션에서 데이비드 로완 영국 ‘와이어드’(Weird) 에디터는 이 비디오를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종이잡지를 태블릿PC로 착각한 아이의 행동을 웃어넘기면서 한편으로 종이매체의 미래를 예견하며 씁쓰레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65차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의 화두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와 뉴스룸 혁신이었다. 세계 주요 매체의 다양한 성공 사례와 주요 시사점이 소개됐다. 이번 총회는 제20차 세계편집인포럼, 제23차 세계광고포럼과 함께 진행됐다.
에릭 브저라저 세계편집인포럼 회장은 “온라인을 유료화하느냐 마느냐, 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가 최근 몇 년 동안 신문산업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가 하락하는 종이매체의 광고 매출을 대체할 특효약은 아니지만 매출의 중요한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는 판매부수 감소와 광고 매출 하락으로 고전 중인 종이신문의 생존전략이다. 미국의 경우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400여개의 매체가 인터넷판 기사를 유료화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유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3월 온라인 유료화를 도입한 이후 온라인 유료 독자가 64만명으로 늘어났고, 이 중 65%가 신규 독자라고 밝혔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유에스앤드월드리포트, 뉴스위크 등이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 판만 발행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디지털 유료화 촉매제 역할모바일 기기의 등장은 디지털 유료화의 촉매제다. 뉴스와 정보 소비가 신문과 방송에서 점차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좋은 품질의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 모바일이 FT.com 트래픽의 20%를 점유한다. 로완 에디터는 “전 세계적으로 태블릿 판매가 데스크탑과 노트북 판매를 넘어섰고, 사람들이 하루에 평균 150차례 모바일을 체크한다는 조사가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큰 기회를 모바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 캐나다 유력신문 ‘글로브 앤 메일’(Globe and Mail)의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사례가 주목을 끌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경제 주요 기사와 유명 정치 평론가의 칼럼을 유료화했다. 일반 기사는 10개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날씨와 운세, 비디오 콘텐츠는 기사 수에 상관없이 무료다. 이 신문은 9만명 이상의 유료 독자를 확보했다.
독자 성향 조사 등 철저한 사전준비 필요존 스택하우스 편집국장은 “좋은 저널리즘이 기반이 된다면 온라인 유료화는 가능하다”며 “독자들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독자들이 좋은 콘텐츠에 대해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유료화 이전에 충분한 독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읽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신문의 경우 독자들이 경제, 정치, 국제 콘텐츠를 주로 찾는 것에 착안해 그 부분의 콘텐츠 생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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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태국 방콕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65차 총회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카스파 드 보노 B2B 경영담당 이사가 계량제 방식 유료화와 멀티플랫폼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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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는 크게 계량(metered)과 프리미엄(freemium) 두 가지 모델이 있다. 계량 모델은 전체 뉴스를 온라인에 제공하되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 건수를 제한하고 일정량 이상의 기사를 보려면 구독료를 내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모델은 무료와 유료 콘텐츠가 혼합된 형태로 구독료를 내면 유료 콘텐츠를 제공받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07년부터 프리퀀시(frequency)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을 조건으로 매달 8건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 이상은 유료다. 유료 독자에게는 모바일, 태블릿 기사 구독, FT.com 모든 기사 무제한 접속, 각 개인에 이메일 브리핑 혜택을 준다.
“기존 독자 이탈 우려” 유료화 관망 흐름도온라인 유료화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특히 지역신문은 유료화 도입으로 의미 있는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국 가디언은 경쟁매체인 더 타임스나 텔레그래프와 달리 온라인 무료 이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유료화 정책으로 기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려한다.
앤드류 밀러 가디언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유료화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가디언처럼 미국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문이 유료화를 추진해, 그 결과로 기존 독자를 잃게 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는 쉽지 않다. 온라인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광고로 수익을 내는 경영 구조를 갖고 있다. 유료화는 뉴스 트래픽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익감소로 직결된다.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의 경우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이후 몇 주 동안 40%의 뉴스 트래픽이 감소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한 중앙언론사 간부는 “유료화가 필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며 “전 세계가 시장인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료화 모델은 우리와 다르고 포털에 의존적인 한국의 온라인 미디어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밀착 콘텐츠로 독자와의 접점 확대세계 각국 신문들은 데이터저널리즘, 스토리텔링, 소셜미디어 활용, 지역사회와 밀착 콘텐츠 등을 통해 독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후안 세뇨르 영국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파트너가 5일 ‘신문발행의 미래’ 세션에서 밝힌 세계 신문들의 혁신사례는 주목을 받았다.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5개 도시에서 발행되는 ‘벡티’는 제3세대 무료신문이다. 16면 완전 컬러로 발행되는 이 신문은 콘텐츠 품질이 웬만한 유료신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타리카 ‘알 디아’는 새로운 스포츠 신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담한 레이아웃, 극적인 헤드라인, 커다란 사진, 인포그래픽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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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5차 세계신문협회총회 및 제20차 세계편집인포럼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경향신문 차준철·국민일보 이명희·동아일보 이진영·한겨레신문 조기원·머니투데이 홍정표·매일경제 송성훈·대전일보 송충원 기자 등이 동행 취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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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사로 지역사회를 바꾸는 ‘캠페인 저널리즘’은 독자와 소통하려는 신문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영국 더 타임스는 ‘Save Our Cyclists’, 인도 뭄바이 미러는 ‘I am Mumbai’ 타이틀의 캠페인을 통해 지역민과 호흡했다. 더 타임스의 캠페인은 자사 소속 매리 보우어스 기자가 자전거를 타다 대형 트럭에 받혀 코마에 빠진 사고를 계기로 시작됐다. 더 타임스는 런던 주요 도로에서 일어난 자전거 사고 통계, 런던 구급대 의사 인터뷰, 올림픽 로드 레이스 챔피언의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며 사이클리스트 안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사이클리시트 안전을 위한 8개항의 강령을 발표하고 시민들에게 영국 수상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했다. 이 캠페인은 런던에 국한하지 않고 영국 전역에 퍼졌으며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됐다. 정부는 자전거 도로 예산, 교통 시스템 개편 등 사이클리스트 안전 정책을 약속했다. 독자 평균 연령이 52세였던 더 타임스는 젊은층과 소통하는 성과를 얻었다.
후안 세뇨르 파트너는 “신문은 사회적 가십이나 하이퍼링크를 쫓지 말고 대신에 지역사회에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캠페인 저널리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라. 그러면 독자와 관계를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 고품질의 콘텐츠는 사회적이 된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글·사진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