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노력은 일단 무산됐고 사측은 해고로 징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국일보 사태가 장재구 회장의 강경 행보로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장 회장과 노조 사이 중재에 나섰던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10일 자진 사퇴했다. 장 회장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절차적 하자로 취소했던 이영성 국장에 대한 해고를 최종 결정했다.
이 국장 직대는 장 회장과 인사 문제를 놓고 대화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거론하지도 못할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 측은 한국일보 노조가 자신을 고발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등 애초 타협할 생각이 없다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사 문제 해결을 통한 편집국 정상화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더욱이 이영성 국장에 대한 해고가 최종 통보되면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고 통보를 받은 이영성 국장은 11일 사내 구성원에게 밝힌 입장을 통해 “한국일보의 재정 정상화 방안이 제시돼 있지만 회사를 망가뜨린 장 회장은 반성은커녕 저를 해고한 데 이어 다른 편집국 간부들의 징계와 해고를 경고하며 정상화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 해고를 시작으로 징계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회장은 자신의 인사 명령을 거부하고 신문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4명의 주요 간부를 물망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측은 이들에게 ‘무단결근’ ‘근무지 이탈’이라는 내용의 경고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징계를 위한 명분쌓기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한 간부급 기자는 “장 회장도 지금 징계를 계속하면 사태가 더 악화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당분간 시니어급 이상의 기자들 면담 등을 거쳐 판단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니어 기자들과의 면담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짝퉁 한국일보’ 제작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장 회장이 자신에 동조하는 간부 기자와 퇴직 기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제작시설을 확보해 신문을 제작하려 한다며 11일에는 사측이 코리아타임스 사옥 회의실에 별도 편집실을 마련했다고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이에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제작거부나 파업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 5월 초부터 공간을 준비해놓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노조 성명이 신문 1면에 게재됐을 때 수정을 위해 잠시 이용했을 뿐이며 이 시설을 통해 신문을 제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 비대위는 “이계성 직대의 중재 노력 등으로 미뤄왔던 장 회장에 대한 추가 검찰 고발도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