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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를 이끌고 있는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최승호 앵커가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료집을 들어보이고 있다.(언론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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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언론” 인증
20명 구성원 한달동안 휴일 반납 총력
일주일만에 자발적 후원자 500명 늘어“전체 언론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일을 뉴스타파가 해냈다.”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특종’에 대한 한 트위터리안의 촌평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이라며 이수영 OCI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재벌 총수 일가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 공개에 따른 파장도 엄청났지만, 이 같은 ‘대형 특종’을 출범한 지 1년4개월밖에 안 된 작은 ‘신생 매체’가 해냈다는 사실이 더 큰 놀라움을 자아냈다.
뉴스타파가 기자회견을 통해 1차 명단을 발표한 지난 22일, 언론노조 대회의실을 빈틈없이 가득 메운 기자 수십여 명의 눈과 귀가 두 남자에게 집중됐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최승호 앵커의 손에 들려진 ‘조세피난처 한국인 명단’은 이날 기자회견장을 메운 언론들이 손에 넣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달 초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피난처의 실태를 폭로한 이후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관련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ICIJ의 문을 두드렸다. 한 일간지 기자는 “메이저 언론 대부분이 접촉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CIJ가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뉴스타파였다. 뉴스타파는 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유일한 한국 파트너로 참여해 지난 한 달 간 공동 취재를 수행해 왔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일본의 아사히신문 등 다른 해외 언론 파트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뉴스타파 측에 따르면 ICIJ는 “뉴스타파를 제작하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장기간 탐사보도에 전념할 수 있는 언론이기 때문에 한국의 취재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ICIJ는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 탐사 보도 기관으로 1997년 창설돼 세계 60여 개국에서 160여명의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용진 대표는 과거 미국탐사보도협회(IRE)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최승호 PD는 2008년 미주리대 탐사보도프로그램 연수를 통해 ICIJ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번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에는 46개국에서 86명 이상의 기자들이 참여해 버진아일랜드 등의 자료 250만 건을 분석하고 있다. ICIJ는 지난 2011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 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 200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260만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자료들이다.
뉴스타파 팀은 확인된 245명의 명단에서 한국 주소지로 기재된 159명 외에 영어 이름을 쓰면서 해외 주소로 기재된 86명의 명단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인적정보와 일일이 매칭 분석했다. 취재인력 20여명을 총동원해 한 달 동안 휴일도 반납한 채 “발에 땀내 나도록” 작업한 결과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은 ICIJ이지만, 관련 자료를 찾아내서 분석하고 명단을 밝혀내는 일은 온전히 뉴스타파 팀의 몫이다. 탐사보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김용진 대표와 최승호 PD 외에 데이터저널리즘 전문가인 권혜진 박사(전 동아일보 기자) 등이 참여하는 리서치팀의 공이 컸다. ICIJ와 공유하는 보도 기준이 있긴 하지만, 어떤 인사의 명단을 공개할지 말지는 뉴스타파가 정한다. ICIJ가 일임한 일이다. 뉴스타파는 30일 3차 명단을 공개하고 1주일에 한두 차례 추가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의 활약에 시민들도 열렬한 성원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자회견 이후 1주일 만에 뉴스타파 후원 회원은 500여명이 늘었다. 뉴스타파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기성 언론들에 대한 따끔한 질타이기도 하다. 최승호 PD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권력이나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 뉴스타파의 최대 강점”이라며 “시민들의 힘을 믿고 두려움 없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