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EBS에 다큐멘터리 예산 축소를 사실상 지시해 EBS의 독립적 위상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경재 위원장은 지난 22일 EBS를 방문해 제작 현장을 둘러보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예산투입을 지양해 사교육비 절감과 같이 국민들이 EBS에 직접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에 제작비를 보다 많이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 그것이 “EBS 고유의 설립목적에 충실”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EBS의 다큐 제작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수능방송 등을 EBS의 ‘본령’으로 강조해왔던 이 위원장의 관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한송희 EBS노조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편성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EBS법은 학교교육 보완과 평생교육, 민주적 교육발전 등을 EBS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의 발언은 학교교육 보완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지적이다. EBS의 한 PD는 “‘딩동댕 유치원’부터 ‘지식채널e’까지 EBS의 모든 프로그램은 교육적인 과점에서 제작된다”며 “다큐가 EBS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것은 교육을 지나치게 협소한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사교육비 근절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과 상통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난한 어린이도 TV를 통해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EBS를 언급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22일 EBS의 잉글리시 채널 등을 의무재송신 채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BS 경영진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신용섭 EBS 사장과 이춘호 이사장은 이날 이 위원장의 발언에 적극 공감의 뜻을 표하면서 초·중등학생 수준별·맞춤형 교육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 확대를 약속했다. 신 사장은 또 앞서 ‘다큐프라임’을 아예 폐지하겠다고 밝혀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현재 다큐 제작진을 대상으로 감사까지 진행 중이어서 ‘표적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한송희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방통위에 귀속된 EBS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EBS 사장과 이사 9명에 대한 선임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