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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일하는 기자에게 '무임금'

인사명령 불복 간부 '무단결근' 처리…노사대화는 교착 상태

양성희 기자  2013.05.29 14: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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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기자들이 27일 회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중구 한진빌딩 6층 회장실 앞에서 장재구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일보엔 두 개의 편집국이 있다. 하나는 15층 편집국 원래 공간, 다른 하나는 9층 사장실 옆 회의실에 자리했다. 사측의 인사발령에 불복해 이영성 전 편집국장 체제에서 신문제작을 해오고 있는 150여명의 기자들은 15층에서 일한다. 사측의 인사명령에 따른 하종오 신임 국장 등 간부 7명은 9층으로 출근한다.

신문은 15층에서 만든다. 하지만 신문제작에 한창인 이들 중 다섯 명의 간부급 기자는 이달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회사의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하면서도 일부 임금을 받지 못한 간부들은 이영성 전 편집국장, 황상진 부국장, 고재학 부장, 박광희 부장, 최윤필 선임기자다.

한국일보는 이들을 지난 2일부터 23일까지 무단결근한 것으로 처리해 해당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조는 대의원회의를 통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5명에게 노조기금에서 대여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반면 장재구 회장이 인사를 낸 ‘9층 편집국’ 간부들은 월급이 제대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기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금까지 회의와 두차례 기사를 삭제한 것 외에 실질적으로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노사가 정상적인 신문제작을 위해 인사문제부터 풀자는 데 공감대를 갖고 물밑 협상을 지속하는 도중에 ‘무임금’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갈등과 사측에 대한 불신이 더 고조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국일보 노사는 지난 9일부터 공식적으로 세 차례 만나 인사문제를 논의했지만 21일 장재구 회장이 주관한 인사위에서 이영성 전 편집국장 해임을 결정하면서 협상이 중단됐었다. 하지만 물밑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다음달 9일이 창간기념일이라 특집호를 내야하고 14일부터는 회사가 주최하는 ‘고갱 전시회’가 시작돼서 현 갈등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곤란하다. 인사문제라도 우선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사문제가 빠르게 해결된다면 한국일보 이사회에서 이영성 전 편집국장의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제3의 인물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임명하고 국장 직대가 이후 부장인사 문제를 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회사는 현재 국장 직대를 할 인물을 지명해놓고 회장 면담을 앞둔 상태다.

노조는 빠른 문제 해결엔 동의하지만 미봉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최진주 부위원장은 “정상적인 신문제작이 중요하므로 현 사태가 장기화돼서 좋을 건 없지만 미봉책으로 상황을 마무리해선 곤란하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국장 직대에 제3의 인물을 앉히는 것 외에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부장 인사를 재조정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편집강령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이같이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중에 장재구 회장의 동생이자 한국일보의 제2주주인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이 이사회 참석 등을 이유로 귀국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영성 전 국장 해임 문제와 한국일보 경영권 문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이사회는 이영성 전 국장의 해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전 국장에 대한 해임 통보는 취소된 상태다. ‘부장급 이상의 사원을 징계할 경우 이사회 추인을 거쳐야 한다’는 사규를 어긴 것을 사측이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