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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경쟁·안일함이 부른 5·18 참사

[컴퓨터를 켜며] 원성윤 기자

원성윤 기자  2013.05.22 15: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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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북 개입설은 광주 모독행위다”
동아일보 지난 18일 1면 기사 제목이다. 동아는 당시 광주 시민군 통역을 맡은 인요한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과 현장을 취재한 김영택 전 동아일보 기자의 입을 빌려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지난 17일 계열사인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과 메인뉴스에서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보도를 한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통합뉴스룸을 구축해 신문-방송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외침이 무색하게 동아는 채널A와 철저하게 선긋기를 했다. 사실상의 자기부정이었다. 결국 채널A는 21일 방송에서 사과했다.

TV조선 보도국의 풍경. 지난주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통해 방송이 나간 이후부터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광주시민들로부터 격렬한 항의가 쏟아졌다. 토요일인 주말,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각기 다른 곳에서 울려 퍼졌고, 보도본부에서는 기자들이 소집돼 사과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도 혹여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다.

이렇게 감당도 안 되는 보도를 하게 된 원인이 뭘까. 사안의 파급력에 비해 탈북자들의 검증하기 힘든 구술에만 의존한 안일한 방송준비, 그리고 시청률에 목을 매다 빚어진 참사였다. 그동안 종편은 밀도 있는 탐사보도 프로그램보다는 당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라이브 토크 프로그램을 매일 전진 배치했다. 패널 섭외에도 시간이 빠듯해 발언의 진위여부를 거를 여과장치가 작동하기 어려웠다.

팩트 체킹, 게이트키핑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하다. 올해 채널A는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검증으로, TV조선은 고위공직자 성접대 의혹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며 세밀한 검증솜씨를 뽐냈다.

그러나 “광주폭동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이었다”(채널A)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TV조선)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배설하듯 쏟아질 때, 앞서 말한 검증의 칼날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기자는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통해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들을 올바르게 계도할 책임과 함께 평화통일·민족화합·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강령을 곱씹어 보고, 신발 끈을 다시 동여 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