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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만 위원장. 박 위원장은 2011년 4월 이명박 대통령 추천으로 방통심의위원에 위촉됐다.(방통심의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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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주년을 맞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심의위)가 잇단 법원 판결에 휘청거리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와 정반대되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방심위에 대한 사망선고”라는 촌평대로 이번 법원 판결에 따른 충격파는 상당하다. 내부 구성원들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심의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심의위의 근본적인 개혁과 함께 인적 청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4일 CBS가 방통심의위의 법정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처분취소 소송에서 CBS의 손을 들어줬다. 소값 폭락 사태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다룬 CBS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심의위가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내린 ‘주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서울남부지법이 권재홍 앵커의 부상 소식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를 상대로 MBC기자회가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역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9월 해당 보도에 대해 허위 내용이 없다며 ‘문제없음’을 의결한 방심위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법원 판결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심의위는 지난 2008년 MB정권과 함께 출범한 이래 끊임없이 ‘정치 심의’, ‘자판기 심의’ 논란에 시달리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현령비현령 식의 잣대로 ‘자의적 심의’를 행한다는 비난 여론도 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소심의원칙’에 따라 이의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심의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저널리즘의 양식을 갖추지 못한 위원들의 자의적 심의가 도를 넘어섰다”고 일갈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BS ‘김미화의 여러분’이다. 심의위는 통상 민원제기를 받아 심의를 진행하던 관행을 깨고 자체 모니터를 통해 ‘김미화의 여러분’을 심의 대상에 올려 제재를 가했다. 당시 여당 측 위원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과 객관성과 관련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징계를 밀어붙여 ‘표적 심의’ 논란을 빚었다. 올 초에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말로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아 행정지도를 내려 “코미디”라는 조롱을 샀다. 또한 지난 8일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의 심의위 회의 장면 촬영을 불허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 적용을 두고 잡음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선 줄곧 심의위를 해체하고 민간으로 구성된 자율심의기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 왔다. 현행 심의위 구조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끊임없이 존폐 대상으로 거론되며 대통령직 인수위 단계에서 콘텐츠위원회로의 통폐합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백지화됐다.
그러나 이번 법원 판결들을 계기로 심의위에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심의위의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며 “방송심의제도가 언론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방심위의 구성과 운영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의위는 스스로 ‘독립된 민간 자율 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행정심의기구’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위원 구성부터 정치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의위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해당 상임위인 국회 미방위가 각각 3인씩 추천해 구성된다. 여야로 보면 6대3 구조다.
현 2기 심의위원 9인은 모두 MB정권에서 임명됐다. 박만 위원장과 권혁부 위원은 2008년 당시 KBS 이사로서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들이 심의위원에 임명되자 “정권 차원의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높았다. 구종상, 엄광석 위원은 ‘친박’ 인사다. 엄 위원은 지난 2011년 현직 심의위원 신분으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구 위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심의 위원으로서 치명적인 결함이지만, 이들 모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지상파방송 관계자는 “염치가 있다면 국민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한 심의위는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적청산’ 요구는 심의위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심의위의 양대 노조는 20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심의위원들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2기 위원회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위원들의 오만함과 몰지각함, 추천 정당에 대한 충성심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 위원회의 위상과 사무처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잇단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위원 스스로가 얼마나 협소한 틀 안에서 자기논리를 지키려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원회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를 얼마나 망각하고 있었는지를 일깨워준 준엄한 심판”이라고 지적하며 “작금의 부끄러운 사태를 초래한 위원들에 대해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우리나라의 방송이 더 이상 철학과 소신이 부재한 인사들에 의해 농락되지 않도록 위원회 위원 구성의 전면 개편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