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편집·보도국 수장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문사와 방송사가 조금씩 속내가 다르다. 신문사는 경영난에 따른 편집권과 경영권의 부조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방송사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벌어진 ‘방송장악’의 후유증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철휘 사장 취임 후 회사 경영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이 아직 난산 과정이다. 이에 지면을 활용한 경영전략 수립이 주된 해결책으로 지목된 모양새다.
이 사장은 새 국장 지명 후 “편집국과 사업 부문의 강력한 연계를 통한 경영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곽태헌 신임 국장이 사주조합장 시절 이 사장 영입에 적극 나선 바 있어 원활한 팀워크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편집권과 경영권의 모호한 동거로 지면의 비판능력이 되살아나고 있던 서울신문이 ‘유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편집권 침해로 나타나리라는 예상이다. 서울신문 노조와 기자들이 신임 국장 임명동의투표 거부, 반대투표에 조직적으로 나서면서 반기를 든 이유다.
한국일보는 좀더 복잡하지만 ‘경영 위기’라는 근본적인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이충재 편집국장을 전격 경질했는데, 이 국장이 회사 회생을 위한 마케팅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인 이영성 국장도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표면상 노조가 배임 혐의 등 장재구 회장의 경영책임을 물어 고발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하지만 최근 추진된 회사 매각 과정에서 장 회장의 심기를 거슬렀다고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연합뉴스와 KBS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남긴 상흔이라는 분석이 많다. 연합은 지난해 103일에 걸친 23년만의 파업의 결과물로 편집총국장, 중간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파업 과정에서 쌓인 회사 내의 불신이 남아있는데다 처음 실시돼 적응 과정 중인 총국장 제도가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더욱이 지난해 파업이 공정보도 문제가 주 이슈였기 때문에 보도 문제는 계속해서 연합 내의 논란거리다. 노조는 불신임된 총국장을 지난 구 경영진 체제의 마지막 유산으로 보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 ‘방송장악’ 논란의 핵심에 있던 KBS 역시 연장선에 있다는 평이다. KBS는 이명박 정부 등장 후 고대영, 이화섭 보도본부장을 거치면서 보도국의 보수화가 급격하게 진행돼 노조 및 일선 기자와의 마찰이 일상화 됐다. 보도본부장이 연이어 중간평가에서 불신임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다.
MBC 역시 김재철 전 사장이 임명한 전영배-권재홍 보도본부장을 거치면서 극한 대립에 치달았다. 권 본부장 역시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각 언론사마다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견제장치는 마련된 곳이 많다. 현재 중앙일간지 10개사 중 편집국장 임명동의투표제가 있는 곳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5군데다. 국민일보는 중간평가제, 중앙일보는 불신임 건의제를 두고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KBS와 SBS가 보도본부장 임기 1년후 중간평가제를 운영중이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방 파기한 MBC나, 2009년 보도국장 3인 추천제가 폐지돼 실질적 장치가 없는 YTN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견제장치 유무 이상으로 사내 편집권 독립과 합의의 문화를 이룰 경영진의 신념이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방송사 중견기자는 “KBS 사측이 고대영 본부장이 불신임되니 후임에 별 차별성이 없는 이화섭 본부장을 임명한 것이 한 예”라며 “인사권자가 편집권을 지켜주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제도적 장치는 얼마든지 유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