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은 언론사의 핵인 편집·보도국 총 책임자들에게 ‘파란의 계절’이 되고 있다. 편집국장의 전격 교체로 사내 대립이 증폭되는가 하면 창사 이래 처음 불신임을 받은 국장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손성진 전 편집국장이 10개월만에 교체되고 곽태헌 국장이 임명됐다. 곽 국장은 12일 임명동의 투표 결과 찬성률 84.21%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62.98%를 기록한 투표율은 이번 편집국장 교체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7월 손 전 국장의 임명동의 투표율은 88.6%, 3년전 이목희 전 국장 당시는 96%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신문 노조가 “명분없는 국장 교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편집권 관여와 보은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조는 투표 후 “곽 국장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나 우리의 근본 존재 이유를 저버릴 수는 없다”며 “지면 감시와 비판은 더 준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장 임명동의 투표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어 후유증이 남을 전망이다. 공채 43기 기자들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후배 기자들은 투표를 강요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한차례 이상씩 받았다. 해당 기자의 투표 여부를 파악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며 비밀투표의 원칙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간부들은 투표 기간 중 신임 국장 취임 후 인사를 암시하는 전화를 걸어 ‘줄서기’를 강요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곽 국장은 “지난 1주일간 힘든 시간은 제 부덕의 소치”라며 “임명동의 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연합뉴스는 편집총국장이 10개월 만에 중간평가에서 불신임을 받아 차기 총국장 인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연합 창사 이래 편집국 총 책임자가 불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노조는 8일 완료된 편집총국장 중간평가 신임투표 결과 반대 56.46%, 찬성 43.54%로 이선근 편집총국장이 불신임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73.19%였다.
연합뉴스 노사는 지난해 총파업 후 편집총국장 직을 도입하면서 임기 1년6개월의 절반이 된 시점에서 2개월 내에 중간평가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간 연합뉴스 편집국에서는 이선근 총국장의 대형이슈에 대한 대응능력과 기사가치 판단, 일선 기자들과의 소통 능력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신임 결과가 나오자 이선근 국장은 경영진을 만나 사의를 표명하고 10일부터 일주일간 휴가에 들어갔다. 연합 측은 아직 이 국장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은 상태지만,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후임 총국장은 공채 5~6기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임 총국장 임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합의 한 관계자는 “총국장제도가 지난해 노사합의로 도입됐는데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이 있다면 노조와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에선 지난 2월 양대 노조가 공동으로 실시한 보도본부장 중간평가에서 재적 대비 56.5%, 투표 대비 64.2%로 불신임받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1년3개월만에 물러나고 임창건 대전총국장이 후임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화섭 전 본부장은 보도제작국장 시절부터 노조와 일선 기자들과 여러차례 마찰을 빚어왔다. 2010년 박재완 전 청와대 수석 논문 검증보도 누락부터 시작해 추적60분의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동영상 방송 불가 논란, 미디어비평의 ‘G20’ 언론보도 비평 제작 무산 등 논란을 빚었다. 결국 지난해 2월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하자 KBS 기자협회가 제작거부를 결의, 3월 총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이 전 본부장은 길환영 사장 취임 후 부사장 승진설도 돌아 사내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임명되자마자 ‘윤창중 보도지침’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상제작팀에 ‘윤창중 보도에 청와대와 태극기를 배경으로 쓰지 마라’는 지침이 전달된 것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보도본부 쪽은 영상제작팀의 실수일 뿐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새노조는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노조가 장재구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일보는 편집국장 인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국 기자들은 이영성 국장의 경질과 부장단 인사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하종오 신임 국장 내정자를 임명동의투표에서 부결시켰다. 사측은 일단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로 가되 부장단 인사는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이충재 전 편집국장을 ‘경영난’을 이유로 10개월 만에 경질한 데 이어 이달 이영성 국장도 약 1년 만에 밀어냈다. 외형적 이유는 노조의 장재구 회장 고발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