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논의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불씨를 지핀 것은 KBS인데, 이를 키운 것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 3월 내정 직후부터 KBS 수신료 인상 의지를 피력하더니 인사청문회와 업무보고를 거치면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거침없이 설파하고 있다. 정권 초반부터 시작된 방통위원장의 적극적인 행보에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수신료 관련 논의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면서 오히려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내부의 불만 섞인 우려도 나온다.
이경재 위원장은 지난 1일 방통위 월례조회에서 “광고가 줄어들고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방송사 전반적으로 경영이 어렵다”며 “광고 등 재원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별도 기구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수신료를 산출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구체적인 구상까지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서는 “KBS 2TV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민영방송보다도 더 저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광고 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수신료를 조정하고 대신 광고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거침없는 방통위원장의 행보에 KBS는 되레 난감한 분위기다. 수신료 논의가 정쟁으로 비화되며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장 지난 2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1981년 이후 TV 수신료는 동결됐지만 실제 징수액은 9배 이상 증가하고 광고수입도 15배 이상 증가했다”며 수신료 인상에 반대 전선을 형성했다.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도 “수신료 인상 이전에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얘기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방통위가 수신료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뒤 방통위가 의견을 첨부해 국회에 의안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KBS 수신료 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는 의견을 낼 수 있을 뿐 수신료 문제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특히 정치적인 영향력을 받지 않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하려는 것인데 정부 조직인 방통위에서 수신료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KBS 재원의 안전성보다는 광고 축소를 노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현재의 수신료 논의는 KBS의 광고를 약탈적으로 축소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반발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KBS 2TV 광고를 줄여 종편 등 다른 방송 사업자에게 나눠 주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