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장재구 회장 배임 혐의 고발, 회사 매각 협상 결렬, 회사의 편집국장 경질 및 대폭인사, 기자들의 인사 거부 및 편집국장 해임 찬반투표 부결, 검찰의 수사 착수. 딱 지난 일주일 사이 한국일보 안팎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일보 사태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장 회장이 단행한 인사를 거부하고 있고 사측은 이를 강행할 태세다. 구성원들은 경영난을 타개해줄 것이라고 희망을 걸었던 회사 매각까지 무산되자 한국일보 최대주주인 장 회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사태는 일과성으로 끝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일 이영성 편집국장을 경질하고 하종오 사회부장을 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편집국 인사를 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9일 장재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장 회장은 다음날 한 기업을 상대로 진행했던 자사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렸다. 이 상황에서 장 회장은 이 전 편집국장 등을 매각의 배후로 의심하고 노조 고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으며 긴급하게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2일자 신문 1면에 이례적으로 성명을 싣고 장 회장의 인사를 전면 비판하며 거부할 뜻을 밝혔다. 이영성 전 국장 체제에서 신문제작을 계속해오고 있는 기자들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이 전 국장의 보직해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편집국 재적 인원 193명 중 167명이 참여(투표율 86.5%)한 결과 찬성과 기권 각각 한 표씩을 제외하고 98.8%가 반대표를 냈다.
이번 투표는 지난해 한국일보 노사가 협약한 편집규정강령 8조6항에 따라 진행됐다. 해당 조항엔 ‘임기 1년 미만의 국장이 편집강령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보직 해임했을 경우, 이에 대해 편집국 구성원 재적인원의 3분의2 이상이 반대하면 인사권자는 해임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 전 국장이 지난해 5월1일 발령받아 해임 찬반 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자들은 그가 임명동의 투표를 거쳐 그해 5월10일 취임했다며 맞서고 있다.
또 기자들은 7일 오후부터 8일 저녁8시까지 하종오 편집국장에 대해 임명동의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임명동의 투표에서 과반수 반대가 나오면 인사권자는 10일 이내 다른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사측은 해당 국장 임명자에 대한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문회는 당사자인 하종오 국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최진주 부위원장은 “사측은 ‘다른 회사에서는 기자들이 반대했지만 임명한 편집국장을 그대로 밀고 나간 사례가 있다’는 말 등으로 노사합의를 부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이영성 전 국장과 고재학 전 경제부장은 7일 법원에 인사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이 전 국장은 창간60주년기획단장으로, 고 전 경제부장은 부산취재본부 부국장대우로 발령이 났다.
노조가 장 회장을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3일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한 지 4일만이다. 정상원 노조위원장은 8일 오전 고발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정 위원장은 “사건 배당이 생각보다 빨리 됐다. 또 평검사가 아닌 부부장검사에게 배당된 걸로 봐서 검찰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이번 사태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 △장재구 회장의 인사권을 용납하지 않음 △장 회장에 대한 추가 고발 및 독자 회생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 등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