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지난달 30일 한 기업과 추진해왔던 매각 협상이 무산됐다고 최종 공표했다. 전날 노조는 장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장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최근 모 기업체와 매각 협상을 벌였던 한국일보는 타결이 목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속 지체됐다. 이에 노조 비대위는 장 회장이 자사 매각을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경영정상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협상도 지지부진하자 “빠른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회장 고발까지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노조 비대위는 고발 당일 낸 성명에서 “장 회장이 결과적으로 한국일보에 20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면서 “장 회장은 2011년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개인 자산을 팔아 200억원을 한국일보에 돌려놓고 본인은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지난 2002년 한국일보 경영권을 인수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과 약속한 시기에 ‘500억원+200억원 증자’를 이행하지 않았고, 특히 2006년 제2차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한국일보 중학동 사옥 매각과 200억원 추가 증자 등을 약속한 것도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비대위는 또 “장 회장은 지난 2006년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넘기면서 건물이 완공되면 새 건물 상층부 약 6612㎡(2000평)를 평당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고 2011년 건물이 완공되면 중학동에 복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입주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장 회장이 개인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한국일보 자산인 우선매수청구권 또한 포기해 결과적으로 한국일보에 20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노조 비대위의 고발 이튿날인 30일 장 회장은 전 사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매각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매입을 검토했던 회사가 이날 “장 회장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매입할 수 없다는 뜻을 알려왔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장 회장이 요구한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장 회장이 매각 과정에 배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타결 무산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적대적 M&A를 하고자 하는 무리로부터 회사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일보 전직 임원인 모씨가 “MOU 서류를 검토한 정황이 있다”며 배후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일보가) 정상화되기까지 회사 경영을 직접 하겠다. 한국일보의 튼튼한 미래 지배구조를 만들어 놓고 은퇴하겠다”면서 “5월중 미지급금을 해결하고 투자 유치는 계속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비대위 측은 장 회장의 주장에 대해 “내용이 터무니없어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장 회장에 대한 추가 고발도 검토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노조원과 비노조원, 편집국과 비편집국 대표로 구성되는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를 1일부터 본격 가동해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일보는 30일 이상석 사장이 노조의 장 회장 고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긴급이사회를 열어 이 사장을 부회장으로, 박진열 부회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