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KBS는 11일 한국언론학회·방송학회·언론정보학회 등 언론 3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수신료 인상을 위한 이론적 토대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시청자에 대한 KBS의 공적 책무 수행과 그에 대한 평가가 수신료 논의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KBS로서는 숙제를 받아든 셈이 됐다.
길환영 KBS 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한국을 대표할 명품 콘텐츠 제작과 디지털 격차 해소, 세대와 계층간 갈등 해소 등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수신료 현실화 등 안정적인 재원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
 |
|
| |
| |
▲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재원적 기초'에 관한 언론3학회와 KBS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
|
| |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도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과연 KBS가 수신료를 지불하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강상현 방송학회장은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기 위해 수신료 의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공영방송이 구체적으로 공적 책무를 어떻게 수행해왔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영방송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보고와 함께 재원 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공정성 논란 해결을 첫 손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공정성 문제가 항상 수신료 인상 논의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갖게 하기 때문에 시급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정권의 도구로 인식되고 특정 정파를 지향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며 “공영방송은 회사 차원에서, 그리고 언론인 스스로의 차원에서 이 같은 경향성을 없애고 새로운 저널리즘 원칙을 체화하려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수영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신료의 가치에 걸맞은 공적 서비스와 함께 시청자와의 상호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며 일본 NHK의 사례를 들었다. NHK는 지난 2004년 프로그램 제작비 부정 지출 사건과 2005년 여당 유력 정치인의 압력에 의해 방송이 재편집되는 사건을 겪으며 엄청난 사회적 비판과 함께 대대적인 수신료 거부 운동에 직면해야 했다.
이후 NHK는 다양한 개혁 정책을 실천했다. 정보공개 제도를 통해 경영위원회 의사록을 100% 공개하고 수신료 수익 활용 지출 내역 등을 정확하게 공개하며 시청자 관점에 의한 NHK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을 전면 비공개에 부치는 KBS와 상반된 모습이다. 정 교수는 “그 결과 2006년을 거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수신료 납부 및 경영 재원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NHK가 수신료 96%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영국 국민들이 BBC에 비싼 수신료를 자발적으로 납부한다는 사실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렇게 되기까지 NHK와 BBC가 기울인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를 토대로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영방송 제도에 대한 규범적이고 당위론적인 인식들을 KBS가 잘 해내고 있다는 판단이 들 때 수신료 제도도 당위성을 갖게 되고 수신료 인상에 대한 범사회적인 이해도 높아지리라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방송 KBS’란 슬로건도 좋지만 책임 부분을 추가해 ‘국민에 의한 방송 KBS’란 관점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신료와 관련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인숙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수신료 인상이나 수신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작 수신료 납부의 주체가 되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국민들의 수신료 지불 의사를 한번 조사 혹은 점검해보지도 않고 추진하는 인상안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지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 |
 |
|
| |
| |
▲ 심포지엄이 열린 기자회견장 앞에서 언론노조가 KBS의 현대사 다큐 신설 논란과 비정규 차량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 등에 반발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사진=언론노조) |
|
| |
KBS 이사를 지낸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역시 “KBS의 진짜 공적책무에 대해 평가해 본 적은 없고 얼마를 인상해야 하는지만 논의된다”면서 “텔레토비 동산처럼 (KBS가) 자기들끼리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KBS가 근거를 제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설사 그게 옳더라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하고 수신료 산정과 분배 원칙을 정하고 방송사가 수신료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느냐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법제화를 통해 거버넌스 제도 개선과 결합해 가는 방법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