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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작자율성 침해 논란 '어수선'

"사장이 불안해해서…" 다큐극장 합의 백지화

김고은 기자  2013.04.10 15: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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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가 지난 4일 여의도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봄 개편 설명회를 열었다. (KBS)  
 
길환영 KBS 사장 체제에서 제작 자율성 훼손이 심각하다는 내부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길환영 사장 취임 후 처음 단행된 이번 봄 개편을 두고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제작 주체들의 의사와 무관한 사장과 일부 간부들의 전횡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약고는 봄 개편이었다. 지난 8일 시행된 봄 개편에서 KBS는 ‘유신 미화’에 대한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사를 다루는 ‘다큐극장’ 신설과 ‘뉴스라인’ 시간대 이동 등을 강행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다큐극장’은 기획 단계부터 편성 확정까지 숱한 잡음을 낳았다. PD들은 “현대사 다큐 제작 과정은 007 작전처럼 이뤄졌다”고 말한다. PD협회 한 관계자는 “다큐멘터리 관련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보통 내부에서 공유가 되는데 유독 이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았다”며 “제작 과정이 음험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측은 “정상적인 공모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김성수 외주제작국장은 “투명한 절차를 거쳐 새롭고 참신한 기획을 내놓은 제작사 2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국의 한 PD는 “하늘 아래 새로운 기획안은 없다”면서 “우리가 아이템을 내면 반려해놓고 이제 와서 참신한 기획이라니, 기가 차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외주제작사에서 현대사 프로그램 기획안을 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몇몇 기획사에 준비하라는 시그널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더 큰 논란은 다음 단계에서 발생했다. 역사 프로그램의 외주화에 대한 PD협회의 문제제기에 콘텐츠본부장과 다큐멘터리국장은 지난 3일 ‘다큐극장’을 자체제작으로 전환하는데 사실상 합의했다. 그러나 만 하루도 안 돼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콘텐츠본부장은 4일 개편 설명회를 3시간 앞두고 PD협회에 전날 합의는 없던 것으로 하자고 통보했다. 장성환 본부장은 “(다큐국에서 제작을 맡는 것을) 사장이 불안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PD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큐국의 한 중견 PD는 “사장이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PD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PD협회 관계자는 “PD들의 수장인 콘텐츠본부장과의 합의를 사장이 일방적으로 엎은 것”이라며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보도본부도 들끓고 있다.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뉴스라인’을 밤 11시에서 11시30분으로 이동하고 시간도 10분 축소하더니, 앵커 교체도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범, 김진희 앵커에서 한상덕, 이지연 앵커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오디션과 같은 공개적인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앵커 오디션이 열렸지만 모양새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KBS 한 기자는 “앵커를 사전 지명하는 경우가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오디션을 거쳤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고 꼬집었다.

기자협회장의 편집회의 발언권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보도본부 국·부장단은 지난 1일 천안함 3주기 보도에 대한 함철 KBS 기자협회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편집권 침해”라며 역비판을 가해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 논란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5일 보수성향의 박용상 변호사를 초청해 KBS 편성규약의 위법성과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특강을 진행해 편성규약을 무력화 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새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선 편성규약 문제를 계속 해서 의제화 하며 보도위원회 운영세칙을 무효화 하려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KBS 한 기자는 “길환영 사장이 직접 만든 제도(편성규약)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저항을 최소화해서 회사를 쉽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환영 사장 취임 이후 모든 부문에서 길 사장의 전횡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기자와 PD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제작 자율성이 훼손되면 KBS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