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나긴 겨울' MBC에도 봄은 오는가

업무 무관 부서 배치됐던 54명 복귀…후임사장 선임은 계속 미뤄져

양성희 기자  2013.04.10 13:49:33

기사프린트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복귀자 54명을 환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9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광장에서 돌아온 이들이 출근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 뒤에도 ‘시계 제로’인 MBC에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파업 종료 후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배치됐던 54명의 언론인들이 법원의 원직 복귀 명령에 따라 기존 소속국으로 돌아온 9일의 풍경이다.

MBC 노조(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광장에서 복귀자들을 환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천·고양의정부총국 등에 흩어져있던 이들은 오랜만에 동료들과 ‘여의도’ 공기를 나눠 마시며 서로를 격려했다.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출산일이 언제더라?” 8시쯤부터 1층 노조 사무실 등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복귀자들은 모처럼 웃는 얼굴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회사 앞 남문광장에 복귀자들을 포함해 80여명의 MBC 식구들이 모이자 이성주 노조위원장은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어색함 없이 출입증을 찍고 회사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다.” 위원장의 표정도 이 순간만은 밝았다. 이어 이 위원장은 “(54명이 복귀한) 이 상황이 온전한 회복을 뜻하진 않는다”면서 아직 교육발령 상태인 언론인들과 해직자들을 언급했다.
이어 복귀자들과 그의 동료들은 서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이날 오후 시사제작국 소속인 일부 복귀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부서배치를 받았다. 기자회장을 지낸 성장경 기자는 네트워크부, 앵커였던 왕종명 기자는 문화레저부, 김수진 연보흠 기자 등은 보도전략부로 인사가 났다. 보도전략부엔 이번 복귀자들 중 4명이 배치됐다. 취재부서가 아니어서 사실상 업무배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보도전략부는 4일 회사가 단행한 조직개편에 따라 본부장 직속에서 보도국취재센터 산하로 이동하게 된 곳으로 프로그램개발팀, 뉴스인프라팀, 신사옥스튜디오기획팀으로 구성된 부서다.

김효엽 기자회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부분이 취재부서에 배치되긴 했지만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 주요부서에서는 다 빠져있다. 또 보도전략부의 경우 아직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부랴부랴 기자들을 파견한 것 같다”면서 씁쓸해했다.

돌아온 이들은 오랜만에 동료들과 함께하게 돼 벅차했지만 한편엔 복잡한 심경이 서려있었다. 복귀 소감이나 향후 MBC 전망을 묻는 말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MBC 사장 공모 일정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늑장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MBC 내에서는 안광한 부사장(사장 직무대행)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어 ‘김재철 체제의 연속’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 부사장은 4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가 하면 8일엔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회사는 지금까지 지켜 온 운영방향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부사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 170일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안 부사장은 또 “앞으로도 사원의 신분을 망각하고 사내질서를 해치거나 정치행위 등에 가담해 회사에 해를 끼치는 경우 법과 사규에 의해 엄중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별다른 안건이 없었고 안 부사장이 이 같은 인사말을 전한 것이 전부여서 MBC 내에선 “본인의 입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 부사장의 대행체제가 길어지는 건 방문진이 후임 사장 공모에 관한 논의를 하지 못해서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임시 이사회에서 당초 안건으로 상정됐던 ‘김재철 전 MBC 사장 해임 후속 절차’에 관한 논의를 하지 못한 데 이어 4일 정기 이사회에서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 와중에 7일 여당 추천 김광동·박천일·차기환 이사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 영상물 전시회 ‘MIP TV 2013’ 참석 차 6박7일 일정의 출장을 떠났다.

방문진 이사회가 사장 선임 관련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자 “마땅한 후보를 청와대로부터 언질 받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 “안 부사장의 사장 대행체제 장기화로 ‘포스트 김재철’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등 갖가지 관측이 제기된다. MBC 한 기자는 방문진 이사들을 “감독교사 없인 야간자율학습을 못하는 어린 학생들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한 여당 추천 이사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지금 후임 사장이 선임된다면 보궐임기(내년 2월까지)만 채우게 되는데 공모를 진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후임 사장 공모 일정 등 ‘김재철 전 사장 해임 이후 후속대책’은 정기 이사회가 예정된 18일에서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