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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국 간부들, 기협 편집회의 참석 '태클'

천안함 특집보도 문제제기에 "편집권 침해" 주장 논란

김고은 기자  2013.04.03 14: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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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천안함 3주기 특집 보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KBS 기자협회장에게 보도본부 간부들이 ‘편집권 침해’를 주장해 “편집권 사유화”라는 역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지난달 26일 아침 편집회의에 참석해 “천안함 3주기 특집뉴스를 왜 이렇게 많이 다루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편집회의에 올라온 천안함 관련 아이템은 20여건. 9시 뉴스 세트를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는 군부대 내에 설치하는 등 천안함 3주기 보도를 둘러싸고 “지나치게 ‘오바’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되던 터였다. 실제로 이날 저녁 9시 뉴스에서 방영된 천안함 3주기 보도는 총 12꼭지로 1주기 때 5꼭지, 2주기 때 3꼭지에 비해서도 훨씬 많았다.

그러나 함 회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편집회의에 참석한 모 간부는 “편집권 침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함 회장이 수뇌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하자 이들은 ‘보도본부 국장·부장단 일동’ 명의로 1일 ‘편집권 침해는 용납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보도위원회 운영세칙상의 ‘편집회의 참석’을 빌미로 9시뉴스 편집에 간섭하려는 기자협회장의 시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헌법 정신과 실정법상 편집권의 독립을 훼손하는 언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도 및 편집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거나 그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자 외의 어떤 내, 외부도 편집권의 독립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차제에 헌법과 방송법 정신에 비춰 편집권 침해요소를 안고 있거나 과도하게 도입된 불합리한 규정들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는 데 국·부장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함철 회장은 “편성규약에 따라 보장된 기자협회장의 권한에 대해 보도본부 간부들이 편집권 침해를 주장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기자협회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기자는 “편집권은 편성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편집권을 사측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은 방송법의 정신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도 2일 성명을 내고 “편성규약 위반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03년 노사합의에 의해 개정된 편성규약에는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 보장을 위해” 보도·TV·라디오 본부별 편성위원회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2004년 제정된 보도위원회 운영 세칙에는 기자협회장의 권한과 역할이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기자협회장은 모든 편집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새노조는 “편성규약에 따라 기자협회장은 보도위원회의 제작 실무자 대표의 자격을 갖고 일일 편집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보도 수뇌부는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면서 “방송법이나 법령, 편성규약 어디에도 일일 편집회의 자체가 독립성 보장의 대상이라는 내용은 없으며 특히 ‘회의’라는 협의나 의견조정 과정을 편성의 침해로 보는 보도 수뇌부의 인식은 그 일천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