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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 건강검진에 감격…언론사에 복지가 없다"

언론인 복지 지금부터 시작하자 (6)언론인 복지 좌담회<끝>

김성후 기자  2013.04.03 14: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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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인 복지와 저널리즘의 위기’ 좌담회. (양성희 기자)  
 
기자 재교육, 언론사 투자관점에서 접근해야
정부, 정년 연장 언론사에 인센티브 지원해야


‘낮은 임금, 불안한 노후….’ 요즘을 사는 기자들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열악한 직업 환경은 기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며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여론 형성과 정보 유통을 막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연초부터 ‘언론인 복지 지금부터 시작하자’는 기획을 통해 국내 언론사 복지제도 실태를 분석하고 외국 유수 언론사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마지막 순서로 언론인 복지 현실과 해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언론인 복지와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정미 중부매일 차장
김하영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
김현대 한겨레 선임기자
박만원 매일경제 노조위원장
안형준 MBC 차장


사회=언론인으로서 직업 만족도에 대한 점수는 얼마인가. 더불어 현재 언론인의 직업 환경에 대해 평가한다면.

박만원=10점 만점에 5점 정도다. 현장에서 기자로서의 매력은 살아있지만 그걸 제외한 나머지는 없다.
김정미=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실시하는 직업만족도 조사는 사회적 지속성(평판)과 직업의 지속성(정년보장),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 발전가능성 등이 평가항목이다. 직업의 가치나 저널리즘의 의무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지역신문 종사자의 상당수는 열악한 환경으로 매우 낮은 만족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영=2002년 입사했을 당시 언론사의 급여와 복리후생은 다른 기업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언론은 수익성 등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일반 기업들은 임금과 복리후생이 커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긴 측면이 있다.

김현대=직업 만족도가 낮아지는 이유는 언론사의 경영 전망이 잘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신문사는 재정 악화로 복지나 취재환경이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의 신뢰가 많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언론의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언론인 스스로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상실됐다.



   
 
  ▲ 김정미 중부매일 차장  
 
김정미=업무환경 악화는 기자들의 사기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고 편집국장의 리더십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공유한 회사라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허약한 언론사는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낮은 보수로 이어지고, 기자 역량의 하향평준화와 콘텐츠 질 저하로 연결된다. 결국 독자 및 광고수익 저하로 다시 열악한 근무환경이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특히 지역에서는 기자들이 광고나 영업현장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마라톤, 자전거타기 대회 등 각종 기획사업과 공연행사 유치에 동원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위 외국기자들의 멀티태스킹을 ‘백팩 저널리즘’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내용물은 다르지만 지역신문 기자들의 기획, 영업 등 콘텐츠 생산을 넘은 중압감과도 같다.

사회=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은 ‘최고의 대우가 고품격 콘텐츠를 만든다’는 원칙 아래 최정상급 보수, 노후대비 연금, 의료혜택 등 다양한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의 복지제도에 만족하는가.

박만원=조선, 중앙, 동아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사들은 복지제도가 없다고 봐야한다. 대학 학자금은 물론 정기검진을 제외한 의료비 지원도 거의 없다. 반면 대기업은 부모 의료비나 심지어 임플란트 비용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신문사 전체적으로 의료, 주거, 교육 등의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 일반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갖춰야만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김현대=언론사에는 복지가 없다. 고기를 먹어봐야 맛을 아는데 경험한 바가 없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수 없다는 소리다. 한겨레는 약 5년 전에 4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처음 실시했는데 기자들이 정말 좋아했다. ‘일하면서 대접받는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복지 수요는 커지는데 언론사는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없는 현실이다.



   
 
  ▲ 안형준 MBC 차장  
 
안형준=MBC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경조사비도 챙겨주고 콘도 등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부모님과 본인, 배우자까지 단체보험을 통해 500만원 한도 내 병원비를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버지 위암과 무릎관절 수술을 하는데 병원비를 회사에서 내줘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각 언론사에서 의료비 지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의 한 측면으로 언론인의 재교육 환경도 강조된다.

김정미=전문성 강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이다. 교육만큼은 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한다. 좋은 인재와 체계적인 재교육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다. 언론인 재교육 문제는 개인의 욕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지역에 중간 이탈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고 직업으로서의 기자, 기능으로서의 기사작성만이 남았다. 선배들도 경영 중심으로 고민하다보니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여력이 없어졌다.

김현대=‘저널리즘이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자 스스로의 노력과 재교육이 중요하다. 물론 교육을 하지만, 간헐적이고 산발적인 경우가 많다. 경영자나 편집국 리더들은 하루하루 신문 제작으로 여력이 없다. 저널리즘을 논하기에는 관성화 돼 있고, 잘못된 방향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선배와 문화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더욱이 한국 기자들은 저널리즘스쿨 출신 위주의 선진국과 다르게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기자들은 5년, 10년차에 자신을 돌아보고 저널리즘을 고민해야한다. 편집국 내부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변화를 모색할 강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김정미=일반 교육 프로그램은 언론재단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획일화되고 단계가 없다는 문제가 있어 내부적인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한다.



   
 
  ▲ 김하영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  
 
김하영=재교육 시 비용도 문제지만 회사 내 이를 대체할 인력과 시스템이 없다는 게 크다.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격무에 시달리고 아무래도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또 회사에서 재교육을 받으려고 하는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다. 재단에 교육프로그램이 있지만 챙겨 보는 사람도 없다. 교육을 받았지만 취재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탐사보도기법을 배우면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탐사보도를 하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별로 없다. 교육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박만원=전문성과 관련해 수시로 변하는 출입처 문제도 있다. 이제는 전문기자 제도로 가는 것이 기자 수명을 늘리는 데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또 재교육의 하나인 연수 제도는 사실상 휴식이라는 인식이 많다. 정비가 필요하다.

안형준=YTN, KBS 등에서는 외부 연수로 기자를 길들이기도 한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기자 위주로 줄을 세우는 데 이용한다. 이 때문에 회사가 외부연수 신청자를 지명하기보다 개개인이 자유롭게 지원하자는 주장도 있다.

사회=기자들에게 가장 취약한 점이 노후 문제다. 노후 보장 등에서 개인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가. 언론사 또는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김현대=개인적으로 연금 같은 대비책은 없다. 다만 3년 전부터 현장에 돌아와서 평생 농촌기자를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기자에게 가장 좋은 복지는 자존감을 잃지 않고 평소 하던 일을 자산으로 삼아 계속 하는 것이다. 처음 농업 분야를 접했을 때 농업기자포럼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기자들을 모아 사회적경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포럼 등의 공간에서 공부하고 전문성을 기른다면 기자들 스스로 미래에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 언론인으로서 자기 분야를 개척하면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새로운 길을 확보할 수 있다.



   
 
  ▲ 박만원 매일경제 노조위원장  
 
박만원=각 언론사와 정부에서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대부분 언론사의 정년이 55~58세다. 일반 대기업이 60세, 연구소가 63세, 학교가 65세 등이라는 점에 비춰 정년 연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기자들이 평생 30년씩 취재현장에서 쌓은 지식들이 퇴직과 동시에 사장되는 것도 안타깝다. 미국처럼 퇴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소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에게는 높은 연봉보다 책상 하나가 더 필요하다. 취재, 연구 분야에서 성과물을 남기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다. 이른바 기자들의 ‘우아한 은퇴’다.

사회=언론인의 열악한 직업 환경은 ‘저널리즘의 위기’까지 이어진다. 개별 언론사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만원=특히 종이신문의 위기가 크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종이신문이 계속 폐간되는 현상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2015년이든, 2020년이든 종이신문의 종언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런 관심과 대책이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언론사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인수 및 합병 등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과 지원, 초중고교의 NIE(신문활용교육)를 위한 새로운 시장 개방, 기자들의 고용안정과 전문지식 활용을 위한 언론사의 정년연장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기자를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싱크탱크 설립 등을 제안하고 싶다.



   
 
  ▲ 김현대 한겨레 선임기자  
 
김현대=언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약이면서 한편으로 독이다. 언론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본령인데 예산 지원 및 집행과정에서 도덕적인 문제가 일어날 여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원한다면 건강한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해야한다. 언론인 스스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고 반성을 전제 하에 정부 지원의 명분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김하영=회의적인 것은 사회 정서상 언론에 대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크게 갈라져 있어서 보수와 진보 신문을 똑같이 지원해도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김정미=지역신문발전지원금을 7년 연속 받다가 올해 선정되지 못했다. 각종 지원 사업을 통해 느낀 것은 예전에는 맨발로도 잘 다녔는데 꽃신을 신고 다니다보니 오히려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지역신문이 자생력과 자립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지원을 한 후 중단하는 일종의 ‘졸업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대=한편으론 저널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프로퍼블리카’나 ‘텍사스 트리뷴’ 등 비영리 언론사들이 생겨났다. 영리로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해 기부를 받아 광고를 싣지 않았고, 탐사보도로 인지도가 생긴 후 사업 및 수익도 창출하는 등 기회를 스스로 확보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있지만 공공(public)의 차원에서 사회와 서로 소통하며 재정을 확보한 소셜(social) 사례도 검토해볼만 하다.

김정미=비영리 언론사 모델에 대한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에서만 50개 이상의 모델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 2명으로 시작한 ‘텍사스 트리뷴’은 방만한 인력 없이도 주류언론이 다루지 않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해 건강한 언론의 모델을 시사했다. 실제 옥천, 괴산 등 지역에서는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형태의 언론을 고민하고 있다.

사회=기자들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다. 기자협회는 언론인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언론인공제회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

김현대=공제회 개념은 협동조합의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료, 퇴직연금, 교육비 지원 혜택 등 필요에 의해 함께 하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 지원을 받는 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언론사의 지원도 현재 재정 상황이 악화돼 어려울 수 있다.

김하영=공제회가 설립되면 단순 복리후생이 아닌 언론인에 특화된 공격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노후 전망이 목적이라면 앞서 나온 퇴직 언론인을 위한 연구소나 출판 지원 등 끊임없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의 기치가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박만원=공제기금 출연은 결국 돈 문제다. 기협이 왜 이런 좌담회를 준비했고 공제회를 출범하려는지 정부와 정치권, 뉴스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야 한다.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매체들의 위기와 피폐해지는 기자들의 삶에 대한 고민에서 좀 더 절박하게 호소해야 한다.


         진행=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정리=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