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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이라는 세월을 사이에 둔 3월22일의 두 모습. 2009년 긴급체포된 뒤 남대문 경찰서에서 노조 집행부와 면담을 하고 있는 임장혁,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기자(왼쪽 사진). 2013년 서울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질의를 듣고 있는 배석규 사장(왼쪽)과 김백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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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22일, 진주만 기습처럼 휴일 아침의 정적을 깨고 해직기자를 포함한 YTN 노조원 4명의 집 앞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노종면, 조승호, 임장혁, 현덕수 기자가 긴급체포 된 이날은 YTN노조가 사상 처음 맞이하는 ‘파업전야’였다. 경찰 조사에 3차례 이상 응했고 파업을 앞둔 노조 지도부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는데도 전격적으로 이뤄진 체포였다.
그로부터 딱 4년 뒤인 3월22일, YTN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타워에서 그때 긴급체포됐던 기자들은 낯익은 얼굴들과 마주했다. 당시 전무였던 배석규 사장과 경영기획실장으로 경찰에 이들의 ‘구속’을 건의했던 김백 상무가 그들이다.
긴급체포가 이뤄지기 전인 2008년 12월17일 노조원들에 대한 고소대리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에 응했던 김백 당시 실장은 “고소인들의 처벌을 원하는가”라는 경찰의 심문에 “매번 시위를 주도하고 업무방해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피고소인 노종면, 조승호, 임장혁, 현덕수에 대한 구속수사를 바란다”고 답한 것으로 진술 조서에 나와 있다. 거듭 이들의 ‘격리’를 촉구하는 자필 메모도 전달했다. 결과는 김 당시 국장이 지목한 그대로 4명의 긴급체포였다.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은 구속됐다가 노사 쌍방 고소를 취하하고 1심 판결에 따라 해직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4.1 노사합의’ 다음날인 2일 구속적부심사에서 석방됐다.
‘오비이락’인지 이들이 긴급체포됐던 이튿날인 23일 “경찰이 YTN사태에 미온적이라 사찰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전 조사관은 ‘YTN사태 경과 및 향후 전망 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김백 상무는 2009년 8월 구본홍 사장의 돌연 사퇴 이후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보도국장에 선임됐다. 배 대행이 노사합의로 운영되던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 방침을 밝힌 직후였다.
김백 상무 재선임에 ‘충돌’이 같이 복잡한 악연과 의혹이 얽힌 이들의 오랜만의 조우는 순탄할 리 없었다.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YTN노조원들과 해직기자들은 김백 상무의 재선임에 거세게 반발했다. 김 상무가 침묵을 지키는 대신 총회 의장인 배석규 사장이 나섰다.
“김 상무는 영업 실적 부진과 사내 갈등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재선임하는 이유는 뭡니까.”(임장혁 기자)
“이사회에서 결정했습니다.”(배석규 사장)
“이사회 의장은 누굽니까, 누가 추천했습니까.”(임장혁 기자)
“의장은 저고 제가 추천했습니다.”(배석규 사장)
일부 주주들이 김백 상무에게 직접 추가 질문을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날치기”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날 보고된 2012년 YTN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1239억원으로 전년대비 0.5% 줄었다. 영업이익은 119억5000만원으로 35%, 당기순이익은 49억4000만원으로 53.4% 감소했다. 우리사주 주주들은 배 사장 취임 후 일련의 ‘개혁 조치’가 경쟁력 하락과 경영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주주는 “배 사장이 직무대행 취임 5일만에 대표 프로그램이던 돌발영상 담당자를 대기발령시키고 보도국장 직선제를 일방 파기하면서 경쟁력 약화가 시작됐다”며 “(사찰 문건에 따르면) MB정부에 충성심이 높아 정식 사장이 된 배 사장이 회사의 제도와 콘텐츠를 무력화시킨 효과로 영업 악화까지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배 사장은 “전연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사찰 보고서 때문에 사장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후배들에게는 정직 감봉을 남발하면서 자신도 사찰 피해자라는 사장은 사찰 관계자들에게는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배 사장은 “포괄적, 결과적으로 저도 피해자라는 취지”라고 응수했다.
“회사 망하지 않는다”다시 쟁점은 해직사태로 모아졌다. 김종욱 노조위원장은 발언권을 얻어 “노조가 대화로 해결하자고 논의기구도 제안했지만 일방적 사과만 요구했다. 올해 초 사장과 독대에서도 양보안을 냈는데도 사과만 거듭 촉구했다. 해직사태를 자리보전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러다가 회사가 망한다”는 비판에 배 사장은 “망하지 않습니다”라고 맞섰다.
배 사장은 “일방적 주장이 많다. 노조의 양보안은 전혀 양보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만 4년이 된 해직사태를 풀려면 노사 모두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제시한 전제조건을 인정한 아래서 복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8월 전제조건’이란 사측이 해직자들에게 요구한 △과거 정권에서 노조의 경영권 개입 시도 인정 △낙하산 반대 투쟁으로 회사에 입힌 손해 사과 △선배들에 대한 인격침해 사과 등을 말한다.
“김재철과 닮은 배석규”한쪽은 문제제기하고, 한쪽은 부정하는 쳇바퀴는 계속됐다. 한 주주는 “제작비 급증이 이익 감소의 원인”이라는 사측의 설명에 “대선 과정에서 민감한 보도는 번번이 축소되거나 지연됐고 이런 것이 누적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배 사장은 “(윤두현) 보도국장 중심으로 간부들의 의견을 모아 대처했다. 하자없이 대선보도를 치렀다”고 잘라 말했다. 시청률 하락 문제도 “뉴스만 갖고 종편 시청률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게 배 사장의 입장이었다.
결국 우리사주 주주들이 주총장에서 집단 퇴장한 상태에서 김백 상무의 재선임안건은 통과됐다.
그러나 주총은 어떤 것도 수습하지 못했다. YTN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26일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을 맞이해 YTN노조는 성명을 냈다.
“김재철 씨와 여러 모로 닮은 배석규 씨는 곧 불명예 퇴진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자신의 마지막 방패막이로 기댔던 김재철 씨마저 떠난 지금, 배석규 씨는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