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뒤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전 이사장이 사퇴하고 김문환 보궐이사가 이사장에 호선되는 등 몇 차례 전환점이 있었지만 MBC 김재철 사장 거취문제가 곧 정리될 것으로 확신한 이들은 적었다.
해임안이 상정된 이후 통과되기까지 지난 4일 간 MBC는 긴박하게 돌아갔지만 불과 지난주까진 방문진 이사회 안건으로 김 사장 해임안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힘든 분위기였다.
김문환 신임 이사장은 보궐이사 선임 직후엔 이 문제에 대해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문가가 아니라 평소에 생각해놓은 것이 없다”는 말만 남겼고, 이사장으로 호선된 후 21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선 “MBC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방문진의 역할이지만 김 사장의 거취문제에 대해선 아직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김재우 전 이사장 사퇴 이후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한 여당 추천 이사가 “김 사장에 대해 추가로 문제제기된 것이 없는데 또 다시 거취문제를 안건으로 올리는 건 옳지 않다”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김 사장 거취문제가 빠른 시간 내에 정리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낳았다.
김 사장 해임에 줄곧 반대해왔던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입장을 선회하게 된 건 지난 22일 MBC가 지역사 및 관계사, 자회사 임원 내정자 명단을 이사회와의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하면서다. 여야 이사들은 “방문진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사들은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상정했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가 주도하고 해임안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이전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 8기 이사회에서 두 차례, 이번 9기 이사회에서 지난해 11월 또 한 차례 해임안이 부결됐던 당시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보여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이번엔 해임안 상정에 직접 나선 것이다.
23일 이사회 당시 참석한 이사 8명 중 6명이 해임안에 뜻을 모았고 여당 추천 김충일 이사는 반대했다. 김문환 이사장은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여당 추천 박천일 이사는 개인 사유로 불출석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고 해임안 표결을 하루 앞둔 25일엔 다른 기류가 감지돼 “표결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 “여당 이사들이 입장을 번복해 해임안이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해임안 제출에 적극적이었던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입장 번복 가능성에 대해 입을 열기도 했다. 김 이사는 “이사회 개회 전까지 김재철 사장을 포함한 MBC 사측 관계자들이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이사회가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MBC 사측이 문제가 됐던 지역사 및 관계사 임원 내정자 명단이 공개된 사내 인트라넷 게시글을 삭제하고 주주총회 일정도 미룬 데다 김재철 사장이 해외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이사회에 참석해 소명 기회를 부여받은 것 등을 종합했을 때 김재철 사장이 해임 위기를 모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MBC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이 26일 방문진의 출석 요구에 응해 소명에 나섰고 “잘못했다”, “사과한다”는 말을 거듭해서 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표결을 진행한 결과 한 명의 이사의 입장번복이 있었지만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해임안이 통과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