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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완수 전 사장 "특정인 기용 요청받았다"

MB정부 출범 직전 YTN에는 무슨 일이?

장우성 기자  2013.03.20 15: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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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완수 전 YTN 사장  
 

표완수 전 YTN 사장(현 시사IN 대표)은 최근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조사에서 “YTN 사장 재직 시절인 2008년 2월경 정부 인사에게 특정인을 정치부장에 임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4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외에도 2007년 이명박 후보 당선 후 당시 집권세력이 YTN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여러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YTN은 지난 정권 5년 내내 ‘방송장악’ 논란 속에 극심한 갈등을 빚은 대표적인 방송사라 주목된다.

표 전 사장은 인터뷰에서 “당시 홍상표 보도국장(이후 YTN 상무, 청와대 홍보수석 역임)이 Y부장을 정치부장에 임명하자고 두 차례 요청했다”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Y부장이 이명박 당선인 최측근인 박영준씨와도 막역하고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정치부장으로 기용하자는 취지였으나 나름 판단한 결격사유가 있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표 전 사장은 이후 고교 동창인 윤진식 당시 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현 새누리당 의원. 당시 위원장은 이명박 당선인)의 전화를 받았다. 표 전 사장은 “전화를 받자 윤 부위원장이 대뜸 ‘Y씨 좀 잘해주지 그러느냐’고 해 놀랐지만 거절했다”며 “윤 부위원장과 Y부장은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새 정권 핵심부에 있는 그가 방송사 부장 인사 때문에 직접 전화까지 해 의아했다”고 밝혔다.
Y부장은 표 사장 사퇴 후인 9월 정치부장에 임명됐다.

비슷한 사례는 신임 상무 선임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표 전 사장은 상무이사의 임기만료가 가까워오자 신임 상무 선임을 추진했다. 마침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이 있어 이사회에 추천하려 했지만 YTN 최대주주인 한전KDN측의 “새 정부 출범이 얼마 안 남았으니 상무는 선임하지 말자”는 입장과 부딪혔다.

표 전 사장은 “회사를 위한 일인데 무슨 눈치를 보고 자리를 비워놓으려고 하느냐고 따지자 한전KDN 측은 YTN 간부인 K씨를 추천했다”면서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내가 퇴임할 때까지 새 상무를 임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추천했던 K씨는 표 전 사장이 물러난 후 그해 11월 상무가 됐다.

표 전 사장은 이후 새 정부가 YTN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활동하던 시기에 만난 이명박 후보 캠프 특보 출신 인사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는 것이다.

표 전 사장은 “그가 ‘우리 캠프에서는 MBC가 이명박 후보에게 가장 비우호적이지만 어떨 때는 YTN이 더 심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왜 상무 자리를 고집하고 노조위원장 출신들을 주요 보직에 중용하느냐, 이 때문에 표 사장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면서 “나는 ‘노조위원장 출신이라서 기용했다는 건 억측이고, 사장직은 더 하라고 해도 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되레 “표 사장이 정권실세들을 만나 임기 연장을 구명하고 다닌다”는 악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표 전 사장은 여기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표 전 사장이 1980년 신군부 등장 후 경향신문에서 해직돼 현대그룹에서 2년간 일하면서 맺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때도 ‘현대 식구 아니냐’며 비교적 원만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뒤 YTN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YTN이 많이 도와달라”고 하자 그는 무심코 “특별히 도와드릴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표 전 사장은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공정보도를 하면 1등이 가장 유리하지 않느냐’고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누그러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밖에 표 전 사장은 그 당시 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의원도 요청이 와 만남을 가졌으나 “언론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나는 무엇을 하는 게 좋겠느냐”고 해 “언론 출신이지만 방송위원장 같은 일은 맡지 마시라. 이해가 첨예한 곳이라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고 만류했다고 전했다.

결국 표 전 사장은 2008년 5월, 임기를 3개월 남겨두고 YTN 사장직에서 사퇴해 경향신문 사장에 응모했다. 그는 “이 과정에 정부의 압력은 없었다”며 “경향신문 후배들이 간곡하게 사장 출마를 거듭 요청해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