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13일 이사회에 △현대사 다큐멘터리 ‘그때 그 순간’ 신설 △1TV ‘뉴스라인’ 밤 11시30분으로 이동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토론’ 폐지 △4대 스페셜(과학·역사·환경·KBS) 통폐합 등을 골자로 한 봄 개편안을 보고했다. 이사회 검토를 마친 개편안은 내부 설명회를 거친 뒤 다음달 8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대사 다큐 ‘그때 그 순간’과 관련해 ‘정권 아부용 방송’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획 과정부터 일선 제작 PD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부 간부들 중심으로 진행된 데다, 민감한 현대사 프로를 전례 없이 외주제작에 맡긴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담당 외주제작사의 기획안을 확인한 결과 ‘10월 유신’, ‘새마을운동’, ‘육영수 여사 피습’ 등 논란의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새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사 왜곡과 정권 헌납용 관제 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KBS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특정 이데올로기나 시각은 배제할 방침”이라며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 심의를 통해 검증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이 사내 여론 수렴 과정을 무시한 채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높다. ‘열린토론’ 폐지와 ‘뉴스라인’ 시간대 이동에 대해 일선 기자와 PD들은 물론 일부 간부들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체협약상 개편일 1개월 전에 개편의 기본방향을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 양대 노조는 지난 15일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봄 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편성의 독립성’을 주장해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새노조 한 관계자는 “편성센터 관계자들의 얘기와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현대사 프로 신설이나 ‘뉴스라인’ 이동 등 개편의 주요 키포인트를 사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20일까지 사측이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