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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회적 역할 인정…국가·언론단체도 언론인복지 팔 걷어

언론인 복지 지금부터 시작하자 (5)언론인 복지 정부 지원 외국 사례

김성후 기자  2013.03.20 14: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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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언론인기금이 런던 인근 서레이주 도킹에 운영 중인 노인요양시설.  
 
인도·파키스탄, 정부 지원 복지기금 제공
영국, 언론인기금 재정지원·은퇴시설 운영


언론을 흔히 제4부라 말한다.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입법, 사법, 행정 3부와 견줄만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직업·경제적 위상은 차이가 크다. 3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적 영역에서 공직자로서의 위상과 대우를 보장받는 반면 언론인은 공적 역할을 하면서도 민간영역의 위상과 대우를 받는다. 문제는 민간영역에서 언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위상과 대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언론인의 직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과 언론인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민주주의 존립 기반이 위태롭게 되는 만큼 국가적, 사회적 차원의 지원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있다.


정부가 언론인 처우에 관심을 갖고 직접 지원을 하는 나라는 인도와 필리핀, 파키스탄 등이 있다. ‘언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만큼 그에 상응한 일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직업환경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근거다.

인도, 28개주 전역에서 언론인기금 운영
인도는 1982년 라자스탄주를 필두로 현재 28개주 전역에서 주정부의 재원에 기초한 언론인복지기금(Journalists Welfare Fund)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내용이나 기준이 각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전현직 저널리스트들이 사망이나 영구 장애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일시금 형태로 기금을 제공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인도 오리사주의 언론인 복지기금(the Orissa Working Journalists Welfare Fund Rules)은 저널리스트와 그 가족이 긴급한 상황에 있을 때 지원하는 기금으로 1989년에 만들어졌다. 지원 대상자는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사의 취재기자, 편집 및 편성기자, 사진기자 및 카메라 기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등이다. 저널리스트는 전업이든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상관하지 않지만 경영관리직 종사자는 제외된다. 최소 10년 이상 언론직에 재직하고 퇴직 후에 다른 분야 직업에 종사하지 않은 58세 이상의 전직 언론인과 그 가족도 해당된다.

재원은 정부에서 조성해서 국립은행에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기금의 이자수입으로 충당된다. 지원금 규모는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사망이나 영구 장애를 입었을 경우 최대 50만 루피까지 제공되고, 질병은 20만 루피에서 최고 30만 루피까지 지원된다. 오리사주 언론인 복지기금은 또한 생계가 어려운 전현직 저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생계 지원비와 자녀 교육비를 지원한다. 저널리스트가 사망할 경우 일시금으로 주는 위로금 외에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을 포함해 월 150~250루피 정도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가장 최근에 언론인 복지기금을 시행한 타밀나두주의 경우 은퇴 언론인에게 65세까지 매월 6000루피의 연금(연간 총액 450만 루피)을 지급하며 저널리스트가 사망한 경우 매달 3000루피의 사망부조금을 유가족에게 지급한다. 이 명목으로 제공되는 기금 총액은 약 520만 루피 정도이다. 타밀나두주는 그밖에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전세금과 거주용 부지 매입비를 부분 지원한다.

파키스탄도 지난해부터 복지기금제도 시행
최근 파키스탄 정부도 인도의 영향을 받아 2011년에 관련법을 제정하고 2012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파키스탄의 언론인 복지기금은 정부의 위탁을 받은 카라치기자협회가 주관하며 현재 5000만 루피의 기금을 확보한 상태다.

필리핀은 인도나 파키스탄과는 다른 차원에서 저널리스트 복지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나 보류된 상태다. 2009년에 필리핀 남부 마긴다나오 주지사선거를 취재하던 기자 31명이 무장괴한들에게 전원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지원책이 논의됐다. 그 일환으로 긴박한 상황에 처한 언론인과 그 가족에게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2010년 하원에서 상정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가 언론인을 직접 지원하는 사례가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서 언론인을 직접 지원하는 나라는 드물다. 다만 선진국의 경우 민간재단이나 언론인 단체 중심으로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해 언론인의 직업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언론단체가 전현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급과 노후보장 등 복지 증진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언론인기금(The Journalists’ Charity)과 영국기자연맹의 특별기금(NUJ Extra)이 대표적이다.



   
 
  ▲ 영국 언론인기금 설립 주역인 소설가 찰스 디킨스.  
 
언론인기금은 영국의 모든 저널리스트들과 그 가족에게 보조금과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기금 프로그램이다. 언론인기금의 시작은 1864년 당시 의회 출입기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그 가족을 돕기 위하여 런던의 한 술집에 모여 기금을 모금하면서 시작됐다. ‘위대한 유산’, ‘어려운 시절’,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쓴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이 기금의 설립 주역이다. 초기 명칭은 신문프레스펀드(The Newspaper Press Fund)였으나 법적인 문제 때문에 나중에 언론인기금(The Journalists’ Charity)으로 바뀌었다.

설립 당시 신문기자에 한정된 지원대상은 2005년부터 방송과 잡지는 물론 웹사이트 등 전자 뉴스미디어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들로 확대됐다. 기본 자격은 최소 2년 이상 저널리스트 활동 경력을 가진 언론인 및 그 가족이다. 신체·정신적 건강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거나 사고로 고생하는 언론인, 실직 상태에 있는 언론인, 은퇴 언론인 등이 해당된다. 장기간 지원이 필요한 언론인은 주 또는 월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 받는다. 드물긴 하지만 언론인 가족 및 그 자녀들에게 학비 보조도 한다. 은퇴 언론인은 노인 요양시설에서 주거하고 다양한 보조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인기금은 영국 런던 인근 서레이주 도킹타운에 은퇴 언론인 주거복합단지를 운영한다. 언론인 주거복합단지는 방갈로(8채), 아파트(15동), 정원 등으로 꾸며진 단지로 주택이 없는 언론인과 가족이 살고 있다. 2007년에는 65세 이상 은퇴 언론인 20명이 거주하는 전문 요양시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과 이곳에 거주하는 수잔 이스태프씨는 기금 홍보 동영상 인터뷰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운동도 하고 산책도 나갑니다. 남편은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죠. 누가 이 일을 대신 해줄 수 있겠어요? 난 남편과 함께 지낼 단층 주택조차 구입할 돈이 없는데요. 다 언론인기금 덕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은퇴언론인 주거복합단지도 운영
언론인기금 규모는 연간 약 25만 파운드 정도. 주요 재원은 축적된 적립금에 기업 후원금,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충당한다. 구글, 카멜롯, 고르카나 그룹, 영국 하이네켄, 홍보회사 루서팬드래곤 등이 주요 후원사다. 그밖에 브리티시저널리즘리뷰, 가넷재단, 뉴스 인터내셔널, 피어슨, 로이터 등의 미디어그룹과 런던프레스클럽, 신문협회, 편집인협회 등 언론관련 단체에서 후원금을 낸다.

영국기자연맹은 회원 급여와 근무환경 개선, 재교육을 위한 노력과 병행해서 언론인 특별기금(NUJ Extra)을 운영한다. 특별기금은 영국기자연맹이 창설된 지 3년 후인 1910년부터 시작됐다. 초기엔 고인이 된 언론인의 배우자와 자녀를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했으나 어려움에 처한 기자연맹 소속 회원들에게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이 특별기금은 영국 기금법에 등록되어 있으며 국가 기금관리위원회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지원대상은 현직 외에 전직 회원들도 포함된다. 전직 회원의 경우 1년 이상 회비를 정기적으로 내고 퇴직 당시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언론인이다. 이 기금은 긴급한 필요나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 일시금으로 지급되며 예외적으로 주 단위로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긴급한 필요란 가정폭력을 포함한 폭력 희생자로서 긴급 지원, 홈리스 회원들을 위한 거주지 알선 및 부분 지원, 파트너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와 회원 부모가 모두 사망한 유자녀, 질병을 앓거나 장애를 입은경우 등이다. 특별히 생계가 어려운 대상자들은 긴급한 생활자금을 주 혹은 월 단위로 일시금으로 지원받는다.

기금은 회원들의 회비와 개별적인 후원 및 기부금으로 충당되는데, 현재까지 축적된 기금 규모는 약 200만 파운드에 달한다. 영국기자연맹은 회원들에 대한 혜택을 최대화하기 위해 언론인기금과 연대해 활동한다.

영국기자연맹은 또한 특별기금 외에 아프리카 및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저널리즘 학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조지 바이너 추모기금(George Viner Memorial Fund)을 운영한다. 이 기금은 왕실저널리즘교육원(National Council for Training of Journalism;NCTJ)을 설립해 영국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는데 공을 세운 조지 바이너(George Viner)를 추모하기 위해 설립한 기금이다. 매년 5~10명 정도의 대상자를 선정해 학기당 1500~5000 파운드 규모의 학비를 지원한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