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이 취임 후 처음 추진하는 KBS 봄 개편이 논란을 빚고 있다. 현대사 다큐멘터리 외주화와 심야 뉴스 시간대 이동 및 축소 방침에 내부 반발이 거세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신설되는 현대사 다큐멘터리다. KBS는 토요일 저녁 8시 1TV 방송을 목표로 ‘그때 그 순간’(가제) 편성을 준비 중이다. 한국전쟁 이후 현대사의 주요 사건, 사고 등을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그릴 예정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내부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정희 정권 18년이 현대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정희 신화 만들기’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권의 요구사항인 현대사에 대한 의식 교정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PD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역사 관련 정규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에 맡긴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측의 ‘입김’ 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58명의 PD들은 지난 8일 연명으로 성명을 내고 “외주사를 통한 현대사 제작이라는 초유의 방식은 본사와 외주라는 특수 관계를 통해 본사, 나아가 정권의 코드에 맞는 가치관을 담은 프로그램을 일방적이고 편향적으로 방영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KBS PD협회는 11일 총회를 열고 이번 봄 개편에서 현대사 프로그램 신설을 제외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KBS 편성국은 외주공모 등 정식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으로 기획 의도는 물론 절차상으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뉴스 축소 및 폐지 방침을 두고 보도본부 쪽도 소란스럽다. KBS는 평일 밤 11시부터 40분간 방송되는 ‘뉴스라인’을 밤 11시30분으로 미루고 시간도 10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자들은 “30분 늦추는 건 천지 차이”라며 오피니언 리더들이 보는 뉴스를 표방해 온 ‘뉴스라인’의 영향력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과거 2TV 저녁 8시 뉴스타임을 섣부르게 7시로 옮겼다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샀고 결국 폐지된 악몽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뉴스 시간대를 정하는 일은 기자들의 제작 역량과 시청자들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KBS노동조합(1노조)도 성명을 통해 “1TV 뉴스는 KBS의 공영성과 신뢰도를 상징하는 아이콘인데 그 중심에 있는 뉴스라인의 편성시간을 심야로 돌리고 뉴스 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공영성 후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KBS는 이번 개편안을 13일 이사회에 보고하고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