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이효성 심사위원장
성균관대 교수
|
|
| |
언론의 소명은 부당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 및 제도적 부조리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과 사회적 양극화 속에 고통스럽고 힘없는 서민들의 편에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에 대한 불신은 높아가고 있고 기자들의 정론정신도 많이 퇴색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언론계의 현실은 이념적 대결과 갈등이 첨예해졌고, 해직자가 속출하는 등 언론의 위상이 참담할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감시견(Watchdog)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는 한 언론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국민들의 신뢰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제44회 한국기자상은 전체 심사위원들이 긴 토론을 거쳤음에도 대상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출품작의 우수성과 치열한 기자정신에도 불구하고 2012년 대표작인 대상으로 선정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심사 과정도 그만큼 어려웠음을 고백한다.
이번 심사는 위원들의 예비심사 채점 점수를 종합해 평균 8.0점(10점 만점) 이상을 받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자유토론을 통해 정밀하고 깊이 있는 심사를 벌인 뒤, 최종 투표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자신의 소속사 기자가 신청한 작품에 대해서는 예비심사권, 발언권(심사의견)과 투표권에서 제외됐다.
이번 기자상 심사에는 10개 부문에 걸쳐 총 93편이 출품됐다. 출품작은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83편, 신규신청 9편, 탈락 후 재신청 1편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단의 예심을 통과한 작품을 대상으로 ‘단기적인 취재성과보다는 큰 비전과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예리한 취재가 이뤄졌고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는지’를 심사했고, 수상작 9편이 최종 결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리셋 KBS 뉴스9’의 ‘총리실 불법 사찰 관련 연속보도’는 파업 중인 KBS 기자들이 언론의 감시 기능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하자고 의기투합해 거둔 결실로 이번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이들의 치열한 기자정신은 나태한 일상에 젖은 기자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며 정부의 불법사찰이라는 현안을 집중 취재함으로써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뛰어넘는 의미를 가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 판결문에서 불법사찰 문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거열람 복사신청 등을 통해 이를 확보하는 등 취재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접근한 노력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방대한 자료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의미가 희석되거나 반대 정치세력에 의해 이용됐고, 사건 전체를 종합적으로 다루지 못한 약점이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동아일보의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관련 경찰 은폐 및 거짓해명 보도’는 경찰의 늑장대응을 질타하고 112신고체계에 변화를 주는 등 사회적 반향이 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타사가 1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취재를 충실하게 함으로써 경찰의 후속 대책과 더 큰 사회적 의미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타사가 특종을 할 경우 이를 무시해온 언론계의 관행에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엽기적인 범죄묘사로 인해 모방범죄로 악용되거나 피해자의 정보가 노출되는 등 인권이 무시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나왔다.
SBS의 ‘김광준 부장검사 거액 수뢰 및 수사개입’은 권부인 검찰에 미친 파급효과가 컸고 이로 인해 검찰개혁의 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권력으로 군림한 검찰의 반세기 흐름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기득권의 성역을 깬 의미 있는 기사지만 후속 보도와 추가 기획취재력이 약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배출됐다. 중앙일보의 ‘MB정부 4년 인사 대해부’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시의적절한 보도를 했고 분석적인 자료 정리를 통해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인사정책을 잘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내용들을 정리한 종합부록판 같은 인상을 줬다는 점에서 평이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KBS의 ‘시사기획 창, 조희팔은 살아 있다’는 문제제기도 좋았고 취재에도 공을 들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시사기획 창 팀은 모두 5개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뛰어난 취재력과 취재성과를 보임에 따라 어떤 보도를 최고 수작으로 평가할 지를 놓고 심사위원단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도 2편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경인일보의 ‘북한 GPS 전파교란 공격 피해 보도’는 남북 대치라는 특이한 상황과 사회적 파장에서 의미 있는 기사였고, 경인지역이라는 지역성을 잘 반영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후속보도가 미약했고, 정부정책에도 반영된 정도가 미약했던 것은 약점이라는 평가도 제시됐다.
뉴시스광주전남의 ‘나주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최초보도’는 사건 발생 및 전개, 사회적 대안 모색, 전문가 제언 등 기획으로 힘 있게 연결시킨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어린이 피해자의 신원과 일기장, 집의 위치가 공개되는 등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이 무시됐다는 점에서 향후 언론들의 취재 시 신중해야 할 반면교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인 전남일보의 ‘5·18 특집-실종 32년, 우리는 그들을 잊었다’는 잊혀가는 현대사를 추적해 심층 취재한 의미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5·18에 대한 관행적인 보도 속에서 망각하고 있는 부분을 추적한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고, 32년이 지난 오늘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를 더욱 키우고 있는 5·18의 현재적 의미와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별상 부문 수상작인 중앙일보의 사진작품인 ‘당원에 머리채 잡힌 당 대표’는 취재기자의 현장정신이 번득인 작품으로 순간포착을 통한 파급효과가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념 경계를 넘어 대표적인 진보정당을 궤멸의 수준으로 끌고 간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와 더불어 정치적 논란이 큰 작품에 대한 기자상 수여가 온당한 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묻힐뻔 한 현대사의 주요 사안을 밝혀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겨레신문의 ‘장준하 선생 두개골서 6㎝ 뻥뚫린 구멍…타살의혹 재점화’, 구사대에서 바뀐 노조파괴 전문 용역회사의 실상을 잘 파헤친 한겨레신문의 ‘노조파괴 전문 자문회사, 7년간 14개 노조 깼다’, 우연한 녹취로 도청과 취재윤리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정치사회적 파장과 언론취재의 공익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한겨레신문의 ‘최필립의 비밀회동’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종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5년간 해직과 갖은 탄압 속에서도 언론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연속 보도물을 제작하는 기자정신을 보여준 해직언론인 중심의 뉴스타파팀이 특별상 후보에 올랐으나 최종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권력의 언론탄압에 맞서 언론자유를 수호하려는 해직 기자 및 노사 갈등과 분규가 진행 중인 언론사의 기자들이 정론보도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 제정한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동아일보의 ‘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국민일보의 ‘유혈의 시리아, 자유와 평화를 꿈꾸다’가 공동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단은 동료, 선후배 기자들이 열정을 바쳐 취재한 보도에 대해 더 많은 작품을 선정하지 못한 점을 혜량해주실 것을 바라며, 국민들의 편에서 심층적이고 날카로운 보도로 2013년에 더 많은 수상작을 배출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 분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