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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말하는 재교육

한국기자협회  2013.02.20 15: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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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 기자  
 
“빈 껍데기만 남은 기자”
강신 서울신문 편집부 기자

기자는 매일 제 고혈을 짜낸다. 기자들이 쏟아낸 기름과 피로 신문은 인쇄된다. 신문을 만들며 기자들은 조금씩 비어간다. 새롭게 배워 속을 채워야 한다. 채우지 않으면 껍데기만 남는다. 배움의 책임은 오래도록 기자 개인의 몫이었다. 신문사는 기자들에게 재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

신문이 위태롭다. 2012년 구라파와 미국의 유구한 신문들은 사라지고 쪼그라들었다.
우리나라 신문도 마찬가지다. 발행부수는 해가 다르게 떨어진다. 영향력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한국 신문의 영향력은 인터넷 기사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 차원의 체계적인 기자 재교육이 필요하다. 신문에게 지금은 춥고 배고픈 계절이다. 속 빈 껍데기로는 이때를 견디기 어렵다.

데 스크부터 일선 기자까지 각자의 직급에 맞는, 인문학적 소양부터 최신의 지식들까지 아우른, 지식을 채워야 한다. 새로운 배움을 바탕으로 기자들은 새 형식과 새 내용의 신문을 만들 수 있다. 새 신문이 이 엄혹한 시기에 신문사와 기자를 살아남게 할 것이다.





   
 
  ▲ 권재현 기자  
 
“자기개발 욕구 꺾지 말아야”
권재현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기 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가 뭘까. ‘바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취재원 쫓아다니랴, 기사아이템 찾아내랴, 장·단기 기획기사 준비하랴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훌쩍 흘러버린 시간에 깜짝 놀라는 게 기자들이다. 재교육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다른 것 같다.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베스트셀러 저자로 떠오르는가 하면 각종 자격증 취득부터 국내외 석·박사 학위 취득에 이르기까지 자기개발 노력과 성과가 눈부실 정도다. 어느 순간 몰라볼 정도로 ‘내공’을 키운 동료, 선·후배들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기자들로 하여금 그 바쁜 와중에도 업무 시간을 쪼개 끊임없이 재투자에 나서도록 만드는 건 ‘기자’ 타이틀만으로는 안주할 수 없는 언론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려면 기자 스스로 업무 틈틈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발전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할 일은 분명하다. 재교육과 지원 프로그램 확대 못지않게 필요한 건 기자들의 자기개발 의지와 욕구를 꺾지 않고 장려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확립이다.





   
 
  ▲ 선대식 기자  
 
“대학원 원서 7년째 만지작”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

지난해 10월 안철수 캠프에 출입하던 기자들은 막막함을 느껴야했다. 뒤늦게 대선 공약과 정책이 쏟아져 나온 탓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가 화두인 만큼 경제 공약이 많았다.

그의 공약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정작 기자회견은 뜨겁지 않았다. 정치부 기자들이 경제 영역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자괴감을 느낀 건 나였다. 대선 기간 정치부에 파견 오기 전, 경제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부 부동산 담당 기자였던 시절,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전문적인 정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내 기사를 보는 독자들한테 부끄러웠다.

당 시 언론재단에서 일주일에 한 차례씩 두 달간 경제기자 교육을 받았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대학원 진학을 알아봤지만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특히 마감시간이 없는 인터넷신문 기자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어느덧 7년차 기자가 됐다. 올해에도 결국 대학원에 원서를 내지 못했다. 1년 뒤 나는 대학원 원서를 낼 수 있을까?





   
 
  ▲ 심석태 부장  
 
“생존 위한 최소한의 조건”
심석태 SBS 국제부 부장

마감시간에 쫓기며 복잡하고 전문화된 세상을 마주쳐야 하는 기자들. 그런 기자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무장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건대 우리는 거의 맨몸으로 매일같이 바다에 나서는 셈이다.

나 는 언론이라는 것은 한 사회에서 가장 지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나름 치열한 경쟁을 거쳐 기자가 되지만 거기가 끝이다. 당연히 의료인이나 법조인처럼 기자에게 어떤 자격증이나 사전 교육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몸으로 때워서, 또는 어깨너머로 배운 얄팍한 지식으로 세상을 상대할 수는 없다. 운전을 하려 해도 교통법규부터 배우는데 그나마 초상권 교육이라도 제대로 받아본 기자가 얼마나 될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직업 중에 이 정도로 오로지 스스로 터득한 감으로 버티는 직업이 또 있을까?

이미 정보는 넘쳐나고 있다. 언론이 정보 유통이나마 장악하던 시절도 끝났다. 결국 제대로 된 기사를 쓰기 위한 교육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언론인 교육 문제를 책임 있게 논의할 중심조차 없다는 것, 참 아찔한 일이다.





   
 
  ▲ 오상준 차장  
 
“공무원 친구가 부러운 이유”
오상준 국제신문 사회1부 차장

기 자생활 18년 차. 일에 치여서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읽은 책이 그리 많지 않다. 그사이 세상은 급변했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이버(cyber) 시대의 사이비(似而非) 기자’라고나 할까.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것을 말한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태의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기사를 쓰고 있는 것 아닌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공부(工夫)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개인적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회사 차원의 기자 재교육 시스템을 통해서만 근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게 기자보다 똑똑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신문이 살아남는 길이다. 독자는 현상만 보도하는, 깊이 없는 신문을 원하지 않는다.

재교육에 있어 솔직히 말단 공무원 친구가 부럽다. 9급에서 8급,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할 때마다 몇 개월씩 직무연수를 받는다. 회사 차원의 직무와 관련된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또 대학원 진학을 장려해 학비 지원이나 시간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 ‘스마트’한 기자가 되고 싶다.





   
 
 

▲ 이철균 기자


 
 
“경제는 진화, 기자는 퇴보”
이철균 서울경제 금융부 기자

애 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첫 출시된 것은 지난 2009년 11월. 3년이 조금 더 지났지만 산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질서나 경제흐름은 또 어떤가. 신(新)환율전쟁을 일본이 촉발시키고 있고, 1980년대와는 달리 미국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 과거의 분석 툴만을 가지고 현재의 경제흐름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더 욱이 이미 세계의 경제는 단일 국가주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경제 파워는 다극화 돼 있고 변수는 더욱 많아졌다. 기자들이 혜안을 갖고 급변하는 경제를 쉽게 분석해서 기사를 쓰기란 그만큼 어려워졌다. 결과만 정리하는 수준에 그칠 뿐, 기사가 선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은 어떤가. 기자 재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발생하는 것을 정리하거나 좀 더 진척시키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식자층에서 점차 멀어지는 이유다.

경제는 진화한다. 그래서 경제기자들은 재교육이 특히 필요하다. 단순한 경제원론 등의 교육으로는 현재의 흐름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때, 경제기사의 수준은 한층 깊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