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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강조하면서 공부는 알아서?…재교육 '나몰라라'

언론인 복지 지금부터 시작하자 (3)언론사 재교육 투자 인색

김성후 기자  2013.02.20 15: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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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교육망에 콘텐츠 경쟁력 갈수록 떨어져
해외연수 소수 혜택…안식월 휴가 등 고민 필요
체계적인 교육망 짜고 기자도 참여의식 가져야


한 경제지에 근무하는 A기자는 올해로 3년차다. 평소 새로운 기사쓰기 방식을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만 회사에는 관련 교육이 없다. 신생지라 따로 알려줄 선배들도 많지 않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기사쓰기의 새로운 방안’ 교육에 참여했다. A기자는 “기사 트렌드를 배우고, 여러 매체의 기자들과 교류하면서 기자 생활에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디지털시대 미디어환경은 기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트위터·아이패드·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취재능력을 키워야 하고, 매체환경의 변화와 함께 통계자료 활용, 내러티브 글쓰기 등 새로운 취재기법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자들은 재교육과 거리가 멀다. 바쁘고 피곤하고 자기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공부? 푸념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공부하고 싶어도 사내 재교육 시스템은 취약하다.

한 중앙일간지 편집국 간부는 “오늘날 기자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기자로 기억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에 살고 있다. 끊임없이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재교육망은 허술하다.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이다. 좋은 콘텐츠는 기자의 역량에 좌우된다. 기자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재교육 환경은 엄연한 ‘현실’이다. 취재현장에서 선배들에게 어깨너머로 받는 교육이 거의 전부다. 회사에서 초청특강 등을 하고 있지만 대개 일회성으로 끝난다. 대부분 교육망이 없고 재교육 자체에 무관심하다. 언론인 재교육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한국전파진흥협회 등에 의존한다. 지난해 언론재단이 운영한 10개 교육 프로그램에 모두 5571명의 기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언론사의 재교육 지원은 눈에 띈다. KBS는 수원 인재개발원에서 직급별 리더십과 각종 직무교육을 기자, PD, 기술, 경영 등 전 직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올해는 매달 기자의 날을 정해 3~4시간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MBC는 인재개발부에서 보도국과 협의해 직무전문연수를 진행한다. SBS는 보도국 특임부장을 중심으로 영상편집, 모바일 아카이브 검색, 저작권, 편집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교육 등을 수시로 진행한다.

동아일보 기자 재교육은 편집국 인력개발팀이 담당한다. 인력개발팀이 수요조사를 토대로 짠 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지난해 연차별 글쓰기 교육, 부서별 특화교육 등을 실시했다. 조선일보는 사내어학과정, 사이버연수원교육, 금요특강, 리더십스쿨 등을 실시한다. 조선은 4월부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무나 외국어 학습이 가능한 모바일 러닝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중부매일은 부서별, 출입처별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편집부를 위해 편집 디자인과 레이아웃, 행정기관 출입기자들에게 지자체 조례 및 예산 분석 실무를 교육하는 방식이다. 기자 일반을 위해 출입처 관리 노하우, 페이스북 실전, 블로그 만들기 등이 있다. 중부매일 김정미 차장은 “신문 콘텐츠는 기자 역량이 좌우한다. 언론사는 끊임없이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수강은 기자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중부매일처럼 상당수 지역신문들이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별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탄탄한 재교육망 못지않게 기자 개개인이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늦게 퇴근하고 야근을 자주하고 휴일도 제대로 못 쉬는 직업이지만 제대로 된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경제신문 부장은 “재무제표도 이해 못하는 기자들이 적잖다. 기업 실적 관련 기사라고 써왔는데 거의 베껴 쓰기다. 경제기사는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공부하지 않는 기자들은 한쪽 눈을 감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한 언론사 교육담당자는 “재교육 요구는 높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기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운영이 힘들다”고 말했다.

재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해외연수와 대학원 진학은 기자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해외연수는 길게는 1년을 해외에 머물며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다. 해외연수를 준비 중인 한 방송사 기자는 “10년 넘게 앞만 보고 달려온 느낌이다. 많이 지치고 힘든 게 사실이다. 재충전하면서 다른 세계를 배우고 싶어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KBS, MBC, SBS, CBS 등이 자사 경비로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 기자들은 대기업이 출연한 언론재단이나 언론단체에서 운영하는 언론인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관훈클럽, LG상남언론재단 등 12곳이 운영 중이다.

어학성적과 서류전형으로만 뽑다보니 선발 과정에서 각종 로비가 벌어지기도 한다. 중앙언론사 기자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선발되면 1년간 휴직처리가 되고 연수기간 기본급의 50~100%를 받는다. 지역언론사는 인력난으로 지원조차 어려운데다 선발 과정에서 중앙언론사에 밀려나기 일쑤다.

상당수 기자들은 대학원에 다니며 재교육 갈증을 해소한다. 대학원을 다니는 한 기자는 “회사에만 안주하기보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동기 부여를 하고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에 쫓기는 기자들이 대학원까지 병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업무 소홀을 우려하는 회사 분위기, 동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한 기자는 “기자이기도 하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회사원”이라며 “상대적으로 시간 조율이 가능한 차장급 또는 간부급 이상의 기자들이 주로 다닌다”고 말했다.

대학원 비용은 동아, 조선, 중앙, CBS, KBS, MBC, SBS가 등록금의 50~100%까지 지원한다. KBS는 연간 약 10명, SBS는 3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MBC는 1학기에는 등록금의 70%, 나머지 학기에는 50%를 지급한다. CBS는 등록금의 50%를 매학기 제공한다. 조선일보는 800만원 한도 내 1년은 전액, 3~5학기는 등록금의 80%를, 동아일보는 1년간 전액, 중앙일보는 2년간 등록금의 50%를 지원한다.

대학원 지원이 없는 언론사 기자들은 스스로 학비를 조달하거나 학교 및 기관 장학금을 신청한다. 지역방송사의 한 기자는 “임금 등 보편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업무능력 향상과 자기계발 등 의욕적인 현업 언론인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연구 성과 제출 의무화 등을 전제로 대학원 학비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기계발 비용으로 어학 및 직무 관련 학원비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CBS는 50%, 한국경제는 매달 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SBS는 제2외국어 국내 연수 프로그램으로 연간 2명에게 매달 약 60만원을 지원해 특파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국비나 자치단체 지원 교육에는 차액분, 자비 부담에는 월 5만원을 지원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나 시청자와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기자들의 교육 니즈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월간 ‘신문과 방송’이 2012년 8월 500호 발행을 기념해 전국의 일간 신문사와 통신사, 방송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기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가 ‘사내외 연수나 재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업에 있으면서 공부하기 힘들다. 회사 차원에서 재교육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5년이나 10년 단위로 안식월을 줘서 기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