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문-방송 갈등 끝이 안보인다

박미영 기자  2001.08.18 00:00:00

기사프린트

“국민 여러분, 10여년 방송사를 출입한 기자의 충고입니다. TV뉴스를 너무 믿지 마십시오. 특히 정권이 민감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라면.”

조선일보가 4일자 신문에 끼워 배포한 ‘사외보’에 진성호 기자가 <요즘 TV 해도해도 너무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쓴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진 기자는 이 글에서 TV뉴스를 ‘짜고 치는 고스톱’, ‘흉기’, ‘막가파 식 보도’에 비유해 가며 방송에 대한 융단폭격을 가했다.

언론사 세무조사 후 계속돼온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과 방송사간의 공방이 이같이 ‘원색적인 비방’으로 흐르고 있는데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양측의 공방이 감정적인 것으로 흘러간 이상 기대했던 신문 방송간의 건전한 상호비판은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신문-방송간 공방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곳은 MBC와 조선일보. 최근 들어 동아, 중앙의 방송 공격이 소강국면에 들어간 한편 MBC의 신문관련 보도가 KBS와 SBS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MBC와 조선일보의 대립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

, <육면초가 MBC 들여다보니>(조선), <자아도취에 빠진 MBC>, <재탕…삼탕… ‘MBC는 케이블 방송?’>, <‘유동성위기’ MBC별관건립 구설수>(스포츠조선) 등 조선일보와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이 연일 MBC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자, MBC내부에서는 “언제까지 참을 것인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MBC는 이같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일 “왜곡·비방 보도가 계속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장’을 두 신문에 보낸 데 이어, 13일 ‘육면초가 MBC 들여다보니’ 등 조선일보 기사 4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이같이 신문 방송간 공방은 수습국면이 아니라 확전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 공방을 넘어 언론중재나 소송 등 법적 수순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최근 KBS가 조선일보의 <잠잔 재해방송> 보도에 대해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같은 갈등은 올해 초 민영미디어렙 법안 제정과 신문고시 부활 등을 놓고 신문-방송간에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불거지기 시작해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에 뒤이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 조사그리고 현재의 검찰수사에 이르면서 더욱 심화돼왔다.

실제 이들 신문들은 김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에 즈음해 방송사들이 언론개혁 관련 토론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했다며 ‘정부와 방송사간의 사전 교감설’을 부각시켰고, 언론사 세무조사 국면에 접어들어서는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에 방송을 이용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입을 빌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국세청 고발 이후 조선, 중앙, 동아가 일제히 <방송은 왜 빠졌나>라는 기사를 게재한 것이나 조선, 동아가 정치권 문건을 근거로 각각 <“방송을 정권지지의 핵으로”>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와 사설을 게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KBS 라디오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던 박원재 기자가 도중하차한 것을 세무조사와 관련지어 <빅3 기자 입막기>라며 ‘외압설’을 제기해 KBS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방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MBC는 최근 보도국에 14∼15년차 중견기자들로 세무조사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조선일보 침묵할 땐 언제고>, <동아일보 어디로?> 등 그동안 방송뉴스에서 잘 다루지 않던 신문사에 대한 해설성 뉴스를 내보냈다. 또 MBC 미디어비평과 KBS 시사포커스 등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신문이 세무조사와 김정일 답방을 연관시키는 등 ‘색깔론’을 부각시킨 점과 언론사에 대한 검찰조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점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같은 갈등은 기본적으로 신문 방송간의 입장 차이에서 출발하고 있다. 방송은 조선, 중앙, 동아 등 ‘족벌신문’의 폐해를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반면 이들 신문은 방송을 ‘정부장악 매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국면을 바라보는 시각도 ‘언론개혁’과 ‘언론탄압’이라는 두 축으로 갈라져 있다.

이에 대해 양측은 할말이 많아 보인다. 이들 신문사는 “방송이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시위는 연일 보도하면서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라는 시민단체 시위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편파보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방송사들은 ‘방송은 정부장악 매체’이고, 때문에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에 동조하는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한나라당과 이들 신문사들의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언론개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대한계기라고 보고 있다”며 “방송이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돕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자사입장을 부각시키기 위한 음해”라고 말했다.

이같이 신문-방송간 공방은 단발적인 사안이 아니라 언론사 세무조사 등 기본적인 입장 차이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언론사주 구속 여부 등 수순과 맞물려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문과 방송이 그동안 ‘언론’이라는 ‘동업자 의식’ 속에 묵인해왔던 ‘침묵의 카르텔’이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혹자는 그 과정에서 파생하는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갈등이 단순한 공방 또는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고 신문 방송간의 건전한 상호비판으로 이어지기를 언론계는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