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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계 "미래부, 방송정책 블랙홀 될 것"

언론 3학회 정부조직개편 방향 긴급세미나

김고은 기자  2013.02.14 11: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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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언론학계가 방송의 공적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언론학회·방송학회·언론정보학회 등 언론3학회는 13일 ‘정부조직개편 논의와 방송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긴급 세미나를 열고 미디어정책을 독임제 부처가 아닌 합의제 기구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3학회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상현 방송학회장은 “공적 영역에 대한 정책을 입안할 때에는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그런 기대와 어긋나고 있다”며 공동 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을 밝혔다.

발제를 맡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은 방송통신융합 시대에 방송의 공적 가치가 왜 필요한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방송정책의 미래부 병합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래부가 미디어정책 기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은 미래부고, 개정안의 주요 목적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바탕으로 한 경제 활성화에 있다”며 “미래부가 통신 정보와 관련한 산업 진흥뿐 아니라 방송정책, 방송광고 기능까지 흡수하는 블랙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프로그램과 방송광고는 공익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산업 진흥과 육성을 관장하는 독임제 부처에 일임토록 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 기반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방통위는 식물기관화 될 것”이라며 “방통위 일부 인사의 파행적 조직 운용의 폐해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합의제 시스템에 기반한 방송의 다양성 정책의 가치를 버릴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새누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대로라면 방통위는 법률제·개정권을 박탈당하고 심의·의결 기능만 수행하는, 소관 업무가 ‘제로’인 빈껍데기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소한 방송의 공공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여론형성과 같은 미디어의 공적 기능을 회복,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며 “특히 미디어규제기구는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이 관건이므로 사회적 정치적 합의가 중시되는 합의제 독립기구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김 교수는 방통위가 플랫폼과 콘텐츠 진흥 및 규제 업무를 총괄하고, 미래부는 통신네트워크 및 기기 관련 진흥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문학적 창의성에 기반한 기초(디지털) 콘텐츠를 담당토록 하는 조직개편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방통위의 통신·전파·네트워크·융합정책 업무가 미래부로 이관되고 방송진흥정책, 방송매체정책, 이용자보호정책 등이 존치하게 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영역논리와 이분법적 논리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방통위 부서를 분할해 일부 국과 과는 미래부로 이전하고 일부는 방통위에 존치한다는 발상 차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향후 5년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방송통신 정책 과제를 먼저 확정하고 그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합의제나 독임제 담당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통신부문에 대한 새 정부의 이념과 가치가 무엇이고 현재 방송통신 현실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규정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묶어 쓸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