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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윤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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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방·몇몇 신문 빼고 복지혜택 전무
자녀학자금 지급·자기 개발비 지원 원해“마감했어? 빨리 안하면 죽는다.” 기사 마감을 재촉하며 툭 던진 말에 경제부 후배는 눈만 끔벅거렸다. 승강기 문이 열리자 “사람들 들으라고 한 말인 줄 알지. 열심히 해”하며 후배의 등을 토닥거렸다. 경제부장 A가 들어선 편집국은 우중충한 겨울날씨만큼 쓸쓸했다. 3~4명의 부장들만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수화기에 대고 목청을 높이고 자판을 두드리고 교정지를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던 편집국의 모습이 휙 스쳐갔다.
자리에 앉은 A부장은 지면계획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톱과 박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통신사 제공 기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기삿거리를 찾아내기 위해 뛰어다닐 기자들이 부족하다. 경제부에는 자신을 포함해 부서원이 3명뿐이다.
지난 24일 오후에 만난 A부장은 올해로 21년차 기자다. “연봉은 2000만원 안팎입니다. 월 30만원짜리 법인카드를 제외하면 월 170에서 180만원 받죠. 결국 이것까지 얘기하네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A부장의 신문사는 영남권 대도시에서 꽤 알려져 있다.
A부장은 마흔 살 때 처음으로 기자생활을 후회했다. 회사가 나아질 기미는 안 보이고 모아둔 돈은 없고 후배들은 자꾸만 떠나가면서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생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나마 맞벌이라 버틸 수 있었다.
“40대 후반이 되도록 이 공장을 지키고 있네요. 능력이 없을 수도 있겠죠.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매력이 있어요. 기사로 보람을 느끼고 좋은 신문을 만들고 싶고…. 복지요? 급여가 가장 우선이죠. 그리고 딸애가 내년에 대학 가는데 학자금 대출이 있으면 좋겠네요.”
경인지역 일간지에서 일했던 B기자는 지난해 12월 10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뒀다. 공채 출신으로 회사에 애정도 많았지만 몇 년 동안 급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웠다.
“봉급이 3200만원 정도였는데 작년엔 3분의 1밖에 못 받았어요. 월급이 50만원, 100만원이었죠. 기자라는 꿈만 좇아가기엔 경제적인 피로감이 너무나 컸어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가족에게 부담만 주고…. 결국 제 생각보다 빨리 그만두게 됐죠.”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임금은 자주 체불됐고 1년간 한 푼도 못 받은 적도 있었다. 있는 적금과 보험을 모두 깨고, 대출을 받았다. 햇살론에 근로복지공단의 생활안정자금, 언론재단의 생활자금까지 대출만 기본 3개. “생활비는 떨어지고 대출이자도 밀릴 땐 도저히 버틸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이에요. 체불 임금 언론사 기자들은 신용등급 기준이 강화돼 대출 자체가 어려워요. 신용등급이 낮은 기자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조차 없어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죠.”
B기자는 퇴직금과 체불된 임금 5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규정에 불과하다. 지역신문들이 퇴직적립금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다 퇴직자가 많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B기자는 “회사 통장에 가압류를 신청해놨는데 아마 받으려면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B기자는 무엇보다도 능력 있는 지역신문 기자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사직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쥐꼬리수준인 급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으니까 자기 색깔을 갖고 열심히 일하기 힘들어요. 자꾸 그만두게 되죠. 취재력이나 글쓰기 등 제가 배운 것을 물려주고 싶은데 후배들이 금세 떠나니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전통도 없어지고 신문의 질도 떨어지면서 답답하고 부끄럽죠. 자괴감만 들고 저 스스로도 할 역할이 없다는 판단에 사직할 결심을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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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사의 복지 문제는 급여에서 시작해 급여로 끝난다. 급여 수준은 한마디로 형편없다. 상당수 언론사들이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임금을 두세 달씩 체불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못하는 언론사, 광고 및 협찬 리베이트로 월급을 대체하는 언론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가 있다면 지상파계열사와 지역민방, 규모가 큰 몇몇 지역신문 정도다.
이직이 늘어나고 취재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지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독자와 광고가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의 주요 원인은 낮은 수준의 급여다. 기자협회보가 10개 시도협회별 2~3곳씩 모두 24곳의 지회를 대상으로 지역언론사에 대한 복지 지원 실태를 조사했다. 상당수 기자협회 지회가 복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급여를 꼽았고, 현재 급여에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지역 한 신문사 지회장은 “급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어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했고, 경남지역 한 신문사 지회장은 “평균 임금이 2600만원 정도다. 3~4년 전에 체불을 경험하기도 했다. 임금 인상이 곧 복지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나은 언론사 기자들도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 기본급은 오르지 않고 수당이 별로 없어 연차가 쌓여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구조다. 영남지역 한 언론사 지회장은 “월급 250만원이 아파트 관리비, 아이들 학원비, 통신비, 생활비에 다 들어간다”며 “적금 하나 제대로 넣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 하거나 집안이 넉넉하지 않는 한 기자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이 2012년 8월 500호 발행을 기념해 전국의 일간 신문사와 통신사, 방송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기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역종합일간지 평균 연봉은 3515만원으로 조사대상자의 평균 연봉 (5144만원)에 훨씬 못 미쳤다. 지역방송은 8170만원이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2011년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 기준으로 ‘종사자에 대한 임금체불 여부’를 세부평가항목에 추가했다. 기자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받아 안정적인 근로조건을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취지다. 역설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언론사가 많다는 의미다.
급여 이외에 복지혜택은 어떨까. 한마디로 ‘열악’ 그 자체다. 지역민방과 경인일보, 부산일보, 국제신문 등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 자녀 학자금, 대출, 건강검진, 재교육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인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지역 한 일간지 편집국장은 “광고는 계속 줄고 언론사는 난립하고, 모기업 지원이 끊기면서 회사를 꾸려가기도 어렵다. 급여 삭감과 인력 축소 이외에 경영난을 타개할 요소가 없다”며 “신문 발행에 급급한 상황에서 복지는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물론 제한적이나마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 언론사도 적지 않다. 자녀 대학 학자금의 경우 경인일보와 국제신문은 각각 400만원, 부산일보는 연간 600만원을 지원한다. JTV전주방송, KBC광주방송, TJB대전방송은 2명까지 학자금 전액, 부산KNN은 연간 600만원, TBC대구방송은 연간 500만원, G1강원민방은 강원도내 국립대 평균등록금 수준을 지급한다. KCTV제주방송은 ‘무이자’로 빌려준다.
대학 학자금 지원이 없는 경남신문과 매일신문은 고교 전액, 전북일보는 고교 30%, 경남도민일보는 고교 입학 때 50만원, 대학 입학 때 100만원을 지급한다.
국제신문, 경남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G1강원민방은 회사 차원에서 대출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신문은 최대 1500만원(연리 3.6%), 부산일보 최대 1000만원(연리 6%), 경남신문 최대 500만원(연리 4%), 전북일보 최대 1000만원(연리 12%), G1강원민방 최대 3000만원(연리 2.5%)까지 대출한다.
건강검진의 경우 만 35세 또는 만 40세를 기준으로 매년 또는 격년으로 위내시경을 포함한 종합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방송, 대전방송, 강원민방, 강원도민일보는 배우자도 무료 검진을 받는다.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약식검진만 이뤄지는 언론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언론사의 복지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제도 자체를 시행하지 못하거나 한다고 해도 생색내기 수준이다. 이번 복지지원 실태조사에서 기자협회 지회장들은 회사에서 우선적으로 해줘야할 복지로 자녀 학자금 지원을 꼽았다. 또 주택자금 대출이나 자기개발비 지원,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 확대 등도 원했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학자금이나 자금 대출 등에 여력이 없다면 동호회 활동이나 체력단련실 설치 등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부분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런 복지가 하나하나 모여 더 큰 복지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며 “기자들이 외부 교육이나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