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및 보도채널 승인 자료를 공개하라는 2심 재판부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키로 했다. 언론·시민단체와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종편 심사 자료가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개인 주주의 성명이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종편 4개사 선정 직후인 지난 2011년 1월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제기한 종편 승인 자료 정부공개청구 소송에서 패소했으며,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 역시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기각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생활의 비밀 보호 이익보다 공익이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통위 방송채널정책과는 “종편·보도 PP 심사 자료가 공개될 경우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인해 승인 또는 재승인 등 제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법원 상고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위원들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충식 위원은 “항소 결과를 보면 경영상 비밀을 중시하는 사법부조차도 행정부의 편의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느낀다”며 “종편이라고 하는 사회적 파장이 큰 행정 행위에 대해 공개 요구가 있을 때 털고 과감하게 공개했으면 이런 소송에서 패소하는 수치스러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공개에 의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3심까지 가서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나 스스로 구린 것이 있어서 자료를 감추는 것인양 시민사회로부터 공격당하고 체면 손상, 권위 손상을 입는 것도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석 위원은 “상고 여부를 사무국에서 결정해놓고 상임위한테 받으라고 하는 것이냐”며 “전형적인 시간 끌기”라고 목청을 높였다. 양 위원은 “사업계획서 공개가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며 “주주중복 참여 현황, 주요 주주 등 상임위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시민사회에 패소당하고, 누구를 위한 인권보호인가”라고 따졌다.
여당 추천인 홍성규, 김대희 위원은 “투명한 행정”을 강조하면서도 “공개를 위해서라도 확실한 판례가 있어야만 한다”며 상고를 주문했다. 이에 이계철 위원장은 “관례로 남기 위해 최심으로 가는 게 낫다”며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한편 언론연대와 언론노조는 앞서 이날 오전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방통위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 자료를 공개하라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라며 “법원 판결에 따라 즉각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책임 있는 반성은 종편 선정 과정의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냉엄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이번에도 항소를 제기하며 시간 끌기를 반복한다면 더욱 큰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이날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과 관련한 심사자료 일체 △심사위원회 운영, 구성 등에 사용한 예산 집행 내역 △종편 및 보도채널 승인 대상 법인의 특수관계법인 또는 개인의 참여현황 △종편 및 보도채널 승인 대상 법인의 중복참여 주주 현황 △종편 및 보도채널 승인 대상 법인의 주요주주의 출자 등에 관한 이사회 결의서 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