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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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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성민씨의 자살 이후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 중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한다는 환자들이 늘었다. “유명인도 삶을 비관하고 죽는데 나같이 하찮은 사람이 살아서 뭐하나”, “기사들을 보니 교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었다. 같은 시점에 부산 지역에서 8명이 같은 날 죽음을 선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최진실씨 사망 직후 자살자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었고 같은 수단으로 자살한 사망자의 수도 역시 늘었다. 만약 이들의 자살에 대한 보도를 단순 사망보도로 일축했다면, 자세한 방법과 자살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언론에서 자제했다면 어떠했을까? 유명인의 죽음을 다룬 보도로 인하여 모방 자살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유명인 자살 보도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는 어머어마하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고위험 군에게 보도 자체만으로도 자살을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많은 방법 중 고려해서는 안 될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 언론사도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정보력에서 뒤지는 것을 기자를 지휘 감독하는 데스크가 반기지 않고 오히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기사를 부풀리도록 기자들을 압박해 온다.(일선 기자들의 정신건강도 걱정이 된다.)
IT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포털사이트도 무시할 수 없다. 유족들의 사진과 자살 장소의 사진까지 상세히 제공하며 지독하게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명인의 자살 보도를 어떻게 하지 말라는 것인가? 많은 분들이 묻는 질문이다. 거듭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비극적인 일을 기본적으로 묻지도 말고 알려 주지도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만 한다. 모두 누군가의 자살 앞에서는 보도를 멈춰야만 한다. 외국에서처럼 유명인의 자살은 단순 사망으로 보도하고, 1면이 아닌 다른 곳에 글을 싣고, 최소한의 지면을 활용해서 보도하며, 일반인의 자살은 전혀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자살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인가?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보면 △사망한 사람과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되 공공의 관심 대상이 아닌 사람의 사건에 대해선 보도 자체를 자제할 것 △사망자의 이름과 사진, 장소, 방법, 경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며 사건 자체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표현할 것 △자살의 동기를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보도하거나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것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하지 않을 것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고 정확하게 해석하되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말 것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다루지 말 것 등이다.
최소한 위의 여섯 가지 항목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보도 한다면 분명히 위험한 선택을 고려하는 누군가에게 그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자살을 예방하는데 진료실에 앉아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보다 언론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자살을 고려하는 누군가에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거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경제, 사회적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한 사람을 더욱 건강하게, 위기에 처한 사람은 이를 이겨낼 수 있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우리 기자들이다. 좋은 기사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시상하는 자살예방 우수 보도의 시상자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